
<베이비 드라이버>를 노골적으로 표절한 영화 아니냐며 한국인으로서 부끄럽단 주장까지 나오던데, 개인적으로는 그거 좀 오바라고 본다. <베이비 드라이버>를 표절하려고 했으면 주인공이 이어폰이나 최소한 에어팟 정도는 귀에 붙이고 나와 시종일관 음악 들으며 난폭 운전 했어야지. 범죄 직후의 범죄자들을 태워 운전해주는 이른바 겟어웨이 드라이버라는 직업 아닌 직업군은 <베이비 드라이버> 이전에도 이미 여러 영화들 속에 존재해왔다. 아무래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드라이브>일 것이고, 그다지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었지만 프랭크 그릴로 주연의 <겟어웨이 드라이버>라는 영화도 있었지. 그러니까 <특송>이 처한 문제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표절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수도 없이 반복 재생산 되어온 이야기 구조 안에서 과연 어떤 새로움을 줄 것인가-의 문제.
전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영화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생각부터 행동까지 시종일관 쿨한 태도의 주인공. 게다가 이런 장르에서는 보기 드물게 여성이야. 여기에 그 주인공의 능력을 잘 보여주는 첫 추격 시퀀스까지. 엄청 훌륭한 것까진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새로운 걸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어지는 영화의 초반부.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아직까진 아무래도 남성 중심적일 수 밖에 없는 장르 내에서 등장한 여성 주인공이라니! 그렇게 기뻐하고 있는데 웬 꼬맹이가 등장 하는 순간, 그 일말의 희열은 장탄식이 된다. 아, 이거 또 엄마 되는 이야기구나.
대체 이런 이야기의 유행을 누가 먼저 촉발 시켰는지 의문인데, 어쨌거나 당장 떠오르는 것은 <에이리언2>와 <레옹>이다.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어른이 세상물정 잘 모르는 웬 여자애와 엮여 인생의 희망을 되찾는 이야기. 이 베이비시팅 이야기는 이후 동서고금과 장르를 불문하고 들불처럼 번져 유행해왔다. <테이큰>, <시큐리티>, <아저씨>, <지옥에서 온 전언>, <케이트>, <미쓰백>,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등. 진짜 강철중 말마따나 앉아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도 채울 수 있을 것 같음. 최근에는 그걸 수퍼히어로 장르로 변주 해낸 <로건>까지 있었지. <로건> 이야기 나온 김에 존나 웃긴 거. <특송>의 후반부 어떤 쇼트는 <로건>의 그것과 95% 정도 유사하다. 두 주인공이 달리는 차 안에 앉아있는데, 조수석에 앉은 어린 꼬마가 선글라스 끼고 밖에 바라보는 바로 그 쇼트. 나머지 5%는 뭐가 다르냐고? 두 영화 속 주인공 성별이 다르잖아.
하여튼 영화는 여기서 부터 급격하게 뻔해지기 시작한다. 주인공인 은하와 그 꼬마의 관계는 그 시작부터 끝까지가 어떻게 전개될지 훤히 다 들여다보이고, 둘의 대사 역시 맥 빠질 정도로 전형적이다. 하지만 내가 항상 말해왔지... 존나 뻔하더라도 존나 재밌게 만들면 할 말 없다는 것... 그러나 <특송>은 그것마저 실패한다. 일단 카체이스를 소재로 삼은 영화치고 카체이스가 별로 없다. 가장 심한 건, 영화의 클라이막스 액션 씬에서 자동차가 완전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카체이스라고 해서 꼭 속도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 김지운의 <라스트 스탠드>가 이미 그걸 다시 한 번 증명해내지 않았던가. 온갖 방해물들로 좁고 꼬불꼬불해진 그 폐차장 내에서 미로를 헤매는 듯한 카 액션으로 클라이막스를 장식 했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럼 <특송>이 선택한 클라이막스 액션의 구성은 뭐냐고?
여기서 영화를 보고 있던 나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악당들이 애송이인줄 알고 쫓고 있던 그 주인공 아가씨가, 알고보니 수퍼 드라이빙 닌자였다니! 무슨 암살요원 훈련이라도 받았던 것인양, 은하는 총을 들고 온 악당들을 하나둘씩 일망타진 하기 시작한다. 총을 들었다니까! 근데 그냥 휙휙 총알 피하고 하나씩 살해. 뭔가 갑자기 <스네이크 아이즈> 보는 것 같았다. 결국 설정이 하나 붙는다. 은하는 단순 탈북자가 아니었다는 것. 피투성이가 된채로 남한에 넘어왔다는 것. ......근데 그게 뭔 상관인데? 피투성이로 생존해 왔다 해서, 그 어렸던 애가 킬러 훈련 받았단 소리가 되는 건 아니잖아......
무엇보다 이런 숨겨진 설정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캐릭터가 무매력이다. 대신 악역을 연기한 송새벽 연기는 좀 재밌더라. 난 이 사람에 대해 <방자전>을 통해서만 감탄 했었고, 그 이후에는 줄곧 매너리즘만 느꼈었거든. 근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여기서 발산하는 특유의 그 연기는 좀 좋던데. 더불어 주인공의 조력자로 나오는 김의성 역시 재밌는 연기를 선보인다. 사실 캐릭터 뻔하기로는 여기도 끝판왕이거든. 그럼에도 씨익 웃을 때 주름 지는 게 너무 재밌음. 뭔가 '배우 얼굴'스러웠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영화 보고 기억에 남는 건 카체이스 장면들이 아니라 박소담 브이로그. 그리고 괴상한 퀄리티의 에필로그. 아, 중간에 기아 자동차의 레이로 바꿔타길래 저 귀여운 차로 과격한 카체이스 하면 개성 넘치겠단 기대를 했었다. <이탈리안 잡>도 미니 쿠퍼의 이미지로 결국 기억에 남는 영화잖아. 근데 <특송>은 그런 욕심 없었던 것 같더라. 심지어 레이 색깔도 민트색이었는데. 뭔가 재미난 그림 나올 뻔했음.
덧글
rumic71 2022/01/27 18:51 # 답글
CINEKOON 2022/03/28 13:09 #
virustotal 2022/01/27 21:17 # 답글
예고편을 봐도 차라리 표절을 하지
거기다 배송은 중요한것이 아님 음악임 주인공 친절함
정신나간 소리 같지만 친절함 나중에도 친절함 때문에 도와줄려고 주위사람들이 도와줌
그런것이 전혀 안보이니
말때려 잡는것이 표절이라고 하면 이번 이방원 나오는 조선 사극도 벤허 표절입니다.
특송 표절을 말하고 싶어도 어디서 표절인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