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1 16:46

나일 강의 죽음 극장전 (신작)


전작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굉장히 재밌게 봤었다. 제작 여건 상 여러 불리한 요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케네스 브레너는 그걸 연출력과 특유의 무드로 뚫어버렸지. 그런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그대로 이어진 <나일 강의 죽음>. 전작이 열차 내에서의 살인 사건이었다면 이번에는 유람선 안에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된다. 근데 이게 굳이 따지자면, 유람선 보다는 열차 안이 더 좁을 수 밖에 없잖아. 그래서였을까? <나일 강의 죽음>엔 전작 만큼의 고민이 깃들어 있지 않은 듯 하다. 


나일 강의 스포일러!


사실 <오리엔트 특급 살인>보다도 더 살인 트릭에 관심 없는 영화 같다. 물론 살인의 동기에 집중했단 점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 역시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나일 강의 죽음>은 더 하다. 솔직히 말해, 뭔가 대단한 반전 같은 건 없음. 사실 나도 이 원작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었걸랑. 그러다보니 범인도 누군지 몰랐고,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스포일러 하나 없이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던 셋팅이었으니. 하지만 결국 까발려진 살인의 과정은 그다지 흥미롭지 못하더라. 결국 트릭이라고 해봤자 총 맞은 척 했던 거 그거 하나 뿐이잖아. 범인이 그 사이 우사인 볼트 마냥 달리기 했던 것만 자꾸 생각남. 

결국 살인의 과정 보다는 살인의 동기에 좀 더 초점을 두는 영화인 건데,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그걸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후반부에 모두 모아 안배한 반면 <나일 강의 죽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에 모조리 감정을 투영해놨다. 영화의 도입부를 이끄는 것은 포와로의 사랑 이야기와 치정으로 엮인 세 남녀이며,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이집트는 불멸의 사랑을 테마로 거기 놓여있다. 두 시간이 좀 넘는 영화에서 첫 살인이 첫 한 시간이 지나고서야 발생하니 말 다했다. 그 전까진 내내 등장인물들 소개 및 감정 쌓기에 바쁨. 

전작의 열차보다 조금 더 개방되어 있는 유람선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보니, 연출적으로 확 와닿는 지점 역시 줄어들었다. 유람선 내부의 공간적 요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별로 크지 않은 듯 싶고, 그러다보니 그 내부가 관객으로서 잘 그려지지도 않음. 내가 말했잖아, 애초부터 이런 데에 관심을 둔 영화가 아니라니까. <나일 강의 죽음>은 미스테리 추리 장르라기 보다는 그냥 멜로 드라마나 휴먼 드라마로 읽는 게 더 빠르다. 

전작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그랬듯, <나일 강의 죽음> 역시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객들 기를 죽인다. 그러나 갤 가돗은 언제나 그랬듯 뻣뻣한 트로피 수준처럼 느껴지고, 아미 해머는 영화외적 이슈들 때문에 다른 의미로 무섭게 여겨짐. 그나마 케네스 브레너가 계속 귀여워서 봐줬다. 아,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속 모습 외에는 따로 만난 적 없던 에마 매키. 영화를 통해서는 처음 만나 좀 반갑긴 했음. 

어차피 인물들 간의 드라마적 요소를 강조할 심산이었다면 그 관계성에 좀 더 심도 깊은 연출을 고민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전반적으로 평범한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가 된 느낌. 근데 이거 속편 나와? 폭스가 디즈니에 먹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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