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6 14:50

데이트 앱 사기 - 당신을 노린다 극장전 (신작)


근 10년 동안 다큐멘터리라는 매체는 일종의 급격한 장르로 변주되었다. 더 이상 현실의 묘사로써 정적인 태도로만 일관 하지는 않게 되었단 소리다. 야생동물들의 생태를 다루는 자연 다큐멘터리든,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드러내는데에 치중한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이든 간에 최근의 다큐멘터리들은 마치 장르 영화같은 내용을 장르 영화같은 전개로 재조립 해내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문외한인 내게 있어 그 시발점으로 느껴졌던 작품은 <더 코브 - 슬픈 돌고래의 진실>이었다. 일본 어부들의 돌고래 학살이란 팩트를 다루면서도 마치 <오션스 일레븐>을 보고 있는 듯한 장르적 전개로 관객들을 집중케했던 작품. 그리고 이러한 다큐멘터리들의 장르화는 넷플릭스라는 장르 만신전을 만나 더욱 가속화 되었다. <데이트 앱 사기 - 당신을 노린다>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있었던, '영화 같은' 이야기를 말그대로 '영화처럼' 전개해나가는 방식. 

소개팅 앱인 틴더를 통해 여러 여자들과 엮인 사이먼 레비에프. 실제로 그와 연을 맺었던 여성들이 셋 이상 직접 출연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 그럼 바람둥이 이야기인 게로구나. 하지만 그저 바람둥이였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사이먼 레비에프는 돌려막기의 초고수였다. 저 여자에게 빌린 돈으로 이 여자를 접대하고, 또 이 여자에게 빌린 돈으로 그 여자를 접대하고... 카드깡도 아니고 여친깡이라니, 세상에 맙소사. 

피해자에게 모욕을 주는 등 2차 가해를 하진 않을 테지만, 어쨌거나 영화는 틴더라는 앱을 통해 현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디지털 범죄와 그에 대한 안전 불감증, 보는 것 자체로 쉽게 믿어버리는 행위 등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코멘트한다. 그러면서도 틴더든 뭐든, 그것이 그저 '도구'이자 '플랫폼'일 뿐이라는 사실 역시 잊지 않는다. 막말로 피해자 욕 먹게 하기 딱 좋은 마지막의 그 멘트, "아직도 틴더를 써요" 부분을 편집으로 잘라내지 않고 굳이 결말부에 삽입 했다는 것 자체가 일관성 있는 그 태도를 잘 보여주는 거지. 순진했을지언정 피해자들이 나빴던 것은 결코 아니지 않나. 더불어 틴더 등을 비롯한 앱이 사악했던 것 역시 아니다. 그것은 그저 도구일 뿐, 그걸 나쁘게 쓰는 건 언제나 인간인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특유의 장르적 템포가 좋고, 적절한 타이밍에 숨겨두고 있던 새 인물을 드러내는 방식 등 역시 여전히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 그리고 실제 이야기의 악역이라 할 수 있을 사이먼 레비에프 캐릭터가 너무 짜쳐서 웃겼다. 바람피고 사기치는 건 뭐 그 사람의 일관된 속성이니 이제 이해하겠는데, 그거 하려고 '나의 적' 운운하는 꼴이 너무 유치해서 어이가 없었음. 아, 그리고 그런 생각도 했다. 언제나 했던 생각이지만 사기꾼은 정말이지 부지런 해야겠구나-라는 거... 이 정도의 노력과 잔머리면 뭘 해도 했을 사람 같은데 겨우 그딴 짓이나 하고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 칭찬으로 몽둥이 찜질 해줘도 모자랄 판국에 벌써 석방되어 자유인 신분으로 잘 살고 있다는 결말이 너무 현실 같아 더 기가 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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