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8 13:44

언차티드 극장전 (신작)


동명의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언차티드>의 목적은 딱 하나였을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인디아나 존스>로 자리매김하는 것. 존나 간단한 목표 같지만 인디아나 존스가 데굴데굴 굴러오는 거대 바위와 함께 관객들 마음 속으로 뛰어들어온지 무려 40여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장르에서 아직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언차티드>의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체감할 수가 있을 것이다. 

우선 <언차티드>는 종종 인상적인 순간들을 선보인다. 액션 어드벤처 영화로써 셋팅이 잘된 시퀀스들이 꽤 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을 원작 비디오 게임으로부터 빚져온 것 역시 사실이지만, 리메이크란 원래 그런 맛에 하는 것 아닌가. 하여튼, 거대 수송기 끝자락에 매달려 한 칸 한 칸씩 전진해가는 장면이라든지 보물선이 딸린 헬기 설정으로 공중 해적질을 선보이는 장면이라든지 전체적인 스펙터클 셋팅은 꽤 신선한 편이다. 적어도 해당 장르 내에서 엄청나게 많이 봐왔던 클리셰라고 단정 지을 순 없는 스펙터클의 연속. 

하지만 게임으로 비유 했을 때 퍼즐 난이도는 많이 하향된 편. 보물찾는 어드벤쳐 영화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총격전이나 뜀박질 보다도, 철두철미하게 숨겨진 보물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는 그 '느낌'이다. 초반부에 지나가듯 언급되던 소품이 후반부에선 결정적 열쇠로 작용하고, 짐짓 평범한 듯 보였던 빛바랜 건물은 갖은 함정과 숱한 비밀들을 품고 있고. 그리고 그 모든 걸 차례차례 영민하게 뚫고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 이게 어드벤쳐 영화의 씨육수지. 그 점에서 <언차티드>는 조금 단순하다. 초반부 주인공 콤비가 매우 손쉽게 얻게 되는 황금 십자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스터 키 역할을 하고, 오래된 성당의 지하에서 벌어지는 함정과 갈림길은 무척이나 단순하다. 게다가 중간엔 비밀스런 고대 공간 사이 갑자기 현대적인 클럽이 떡하니 등장. 장르적 꺾기라고 하면 할 말 없는데, 그래도 이건 분위기 조성에 그냥 실패한 거잖아. 

제일 심각한 건 주인공과 악당들이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찾으려 들었던 영화의 최종 보물이, 너무나도 찾기 손쉬운 곳에 존재했다는 점이다. 필리핀 정부가 좀만 더 신경 써서 살펴봤다면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 같던데? 물론 들어서 알지, 필리핀에 무인도 겁나 많다는 거... 그런데도 보는 관객으로서 이 정도 생각이 들 정도면 영화가 보물을 대충 숨긴 거잖아. 심지어 주인공은 자맥질 몇 번에 바로 발견. 확실히 이런 건 <내셔널 트레져>가 잘했던 거다. 너무 미국 역사에 국한되어 있어서 그랬지,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영화만큼 미스테리 퍼즐 잘 풀었던 모던 장르 영화가 또 없었는데. 

중간중간 맥 끊기는 장면도 꽤 많다. 수송기에서 큰 액션이 벌어진 직후, 갑자기 네이선과 클로에는 웬 리조트 찾아 1박함. 거기서 1박하며 보물의 구체적 위치를 찾아낸다-라는 전개는 했어야 했겠지만 그 연결점이 너무 대충인 듯한 느낌. 설리가 유닛 활동으로 솔로 플레이하던 네이선을 앱으로 그냥 찾아냈다-식의 전개도 좀 웃기고. 다만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뉘앙스를 전반적으로 풍긴 건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 씩이나 캐스팅 해놓고 그렇게 쓸 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액션 장면들을 보며 개인적으론 뭔가 손에 게임 패드를 쥐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네이선 드레이크가 점프하고 총 쏠 때마다 버튼 눌러야 할 것 같았음. 근데 꼭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애초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를 보면서도 원작 책의 질감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게임 원작 영화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어쨌거나 게임 원작 영화 필패 징크스를 아주 조금은 깬듯 함. 적어도 최근 보았던 <레지던트 이블 - 라쿤 시티> 정도는 아니니 말이다. 


뱀발 - <좀비랜드 - 더블 탭>에 이어, 루벤 플레셔와 정정훈 촬영감독의 두번째 합작. 정정훈은 좋겠다. 괜시리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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