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0 16:02

레벤느망 극장전 (신작)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다루는 영화들은 지금까지 많았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 중 대부분의 기조가, 보통은 '모성'으로 귀결 되었지. 예상치 못했던, 또는 원치 않았던 임신이었을지라도 결국엔 아이를 낳으며 모성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그러므로 어머니는 위대하고 또 위대한 존재라는. 물론 모성이 위대하다는 데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모성이라는 요소를 배제하고, 임신한 또는 출산한 어머니를 어머니 말고 그냥 한 명의 여성으로 보는 시선은 아직까지도 영화적으로 많이 부족했다. 그 때문에 <레벤느망>은 더욱 더 강력한 힘을 가진다. 


열려라, 스포 천국!


아이를 가졌으니 무조건 낳아야만 한다는 말조차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 어머니 말고 한 명의 인간으로 바로 서고 싶어하는 여자도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한 생명을 죽이는 행위라고 말하며 무조건적으로 낙태를 반대 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그런 여자들을 도울 만한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 임신한 여성의 삶과 미래만을 생각해 무조건적으로 낙태를 한시 빨리 합법화 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 역시도 그에 일정 부분만 동의할 뿐, 원론적으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 말만이 옳다는 것은 또 아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내 생각에 동조할 수도, 또는 내 생각에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과 토론을 촉발시키는 것이 바로 예술의 힘 아니겠는가. 

<레벤느망>은 홀몸으로 온전히 자신만의 삶을 살길 원하는 한 여성의 처절 하고도 실존적인 고민을 다룬다. 그녀는 아이를 떼기 위해 병원을 찾고, 약을 먹으며, 주사를 맞고, 또 나중에는 달군 쇠꼬챙이를 자신의 음부에 찔러 넣기도 한다. 과연 프랑스 영화다운 솔직하고 노골적인 표현력이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이들 모두가 짐짓 불편해지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그렇게까지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현재 여성들이 처해있는 실존적 상황에 한 번쯤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이지 <레벤느망>은 생생 하고 또 생생한 영화다. 

다만, 나는 결말에서는 영화가 그러면 안 됐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있던 관객들이 낙태를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는 나중 문제다. 나는 결말부 화장실에서 자신의 몸으로부터 아기를 밀어낸 주인공이 적어도 스스로의 손을 써서 그 탯줄을 잘라내야 했다고 생각한다. 낙태는 한 생명을 죽이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한 여성의 미래를 위해 하는 희생일 수도 있지. 둘중 어떤 태도를 취하든 간에, 나는 적어도 주인공이 자기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대한 책임을 본인 스스로가 지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낙태하는 결말? 그게 영화와 주인공이 선택한 결말이라면 상관 없어. 그런데 그런 선택을 해놓고도 자기 자신은 도저히 못하겠다며 같은 기숙사 친구에게 아이 탯줄을 잘라달라 울먹이며 부탁한다? 그리고 그렇게 잘린 탯줄은 이미 죽은 아기를 감싼채 변기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이걸 친구에게 부탁하는 것이 말이 되냐? 죄책감을 비롯한 그 책임은 적어도 본인이 지는 게 맞지. 

강렬한 화법으로 주인공의 삶을 묘사하는 영화의 방식에 짐짓 공감하다가도, 결말부 주인공의 책임 회피에 이게 맞나 싶어지며 급격히 소격되는 이야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원론적인 의미에서 낙태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아기의 생명 엄청 중요하지. 그러나 그와 동시에 여성의 삶 역시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잖아. 그러니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고... 하지만 <레벤느망>의 결말은 그냥 책임 회피잖아. 선택은 본인이 해놓고 막판엔 울먹이며 대신 해달라 말하는 주인공이라니. 나는 그녀가 힘들더라도 자기 스스로 아기의 탯줄을 자르고, 또 그 아기의 무게를 느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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