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3 13:55

도어맨 극장전 (신작)


어느 순간부터 미국으로 넘어가 영어권 영화를 꽤 만들어가고 있는 기타무라 류헤이의 신작. 허나 그의 막가파적 개성도 이제는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근데 이건 그의 무조건적인 잘못이라고만 보기가 좀 힘들다. 기타무라 류헤이는 그냥 하던 거 계속 하는 거다. 그걸 또 매너리즘이라고 부르며 굳이 굳이 깎아내릴 수는 있겠지만, 어쨌거나 한 눈 판 것은 아님. 다만 이젠 기타무라 류헤이 외에도 이런 테이스트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예를 들어 타란티노 혼자 날뛸 때는 그가 단연코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로 남았겠지만 이후 로버트 로드리게즈나 가이 리치, 매튜 본 등 유사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감독들이 난무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그 폼이 약간 죽은 것과 유사한 것일 테다. 물론 극단적인 예시를 든 거지, 여전히 타란티노는 1류지만. 

때문에 기타무라 류헤이의 영화로써 무언가 대단히 새롭다거나, 또는 그 감독의 이름을 떼고 보더라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거나 하는 종류의 영화는 아니다. 폭발에 붕떠서 거대 환풍기에 꽂혀 죽는 악당 묘사? 솔직히 그런 거 이제 흔하잖아. 게다가 기타무라 류헤이가 그런 거 많이 할 적에도 이미 뻔한 묘사들이었고. <도어맨>은 딱 그 정도 수준의 전형적 묘사를 보여준다. 뭔가 대단히 과격하지도, 파격적이지도 않은 무난한 표현력. 

문제는 이야기와 설정도 존나 뻔하다는 데에 있다. 묘사와 표현력도 촌스러운데 그 이야기와 설정까지 전형적이라니 이건 진짜 할 말 없지. 영화는 <다이 하드>의 설정에 <레옹>과 <존 윅>을 끼얹는다. 범죄자들에게 점령당한 건물, 여기에 외부 지원 없이 홀로 남겨진 전직 군인의 신출귀몰한 액션. 게다가 그 전직 군인인 주인공 알리는 자신의 어린 조카 둘과 감정적 교류 역시 나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기시감이 짙은데, 심지어 캐스팅은 <존 윅 - 리로드>의 루비 로즈와 <레옹>의 장 르노. 이거 보고 어떻게 안 뻔하다 할 수 있겠냐고. 

하지만! 하지만... 언제나 말했듯 이야기가 뻔해도 끗발나게 재밌으면 그냥 인정이다. 마냥 꼬투리만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니. 하지만 <도어맨>에는 재미도 없다. 일단 장르적인 재미가 너무 떨어진다. 앞서 말했듯 이야기는 뻔할 뻔자이니 그 전개에 있어서 반전이나 신선한 뒤틀기 따위도 기대할 수가 없겠지. 그럼 이제 남은 건 오로지 액션물로써의 책임 뿐일 텐데, 그 액션이 재미있질 못하다. 액션 연출 자체에 노력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여기에 <다이 하드>의 존 맥클레인처럼 건물내 다른 요소들로 설득력 있게 적들을 격파하는 것 역시 아니다. 뻔하거나 지루하거나 둘 중 하나임. 그나마 반가운 얼굴이었던 장 르노는 딱 얼굴 마담 수준으로만 나오고. 애초에 장 르노를 왜 캐스팅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쓰고 끝나는 거였다면.

매년 이런 종류의 액션 영화들이 새로 나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80년대와 90년대의 할리우드는 정말이지 대단한 곳이었단 생각이 자꾸 든다. 좀 더 넓게 잡아 70~90년대까지의 할리우드는 그야말로 액션 장르의 철옹성 같은 곳이었다. 좀 과할 정도로 너무나 철옹성이어서, 다른 나라의 영화계는 물론이고 현재의 할리우드 조차 여전히 그에 기대고 있다. 막말로 진짜 <다이 하드> 그림자가 왜 이렇게 기냐. <다이 하드>는 나온지 벌써 30년도 훨씬 지난 영화인데 같은 설정을 공유하면서 왜 아직까지도 그걸 뛰어넘는 영화가 없냐고. 진짜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핑백

  • DID U MISS ME ? : 인터셉터 2022-06-12 20:57:26 #

    ... 를 30년 넘게 먹여살릴 수도 있다. &lt;다이 하드&gt;가 1988년 작품이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34년이겠네. 그만큼 &lt;인터셉터&gt;는 &lt;다이 하드&gt;의 짙은 영향권 아래 놓인 영화다. 물론 그게 꼭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다. 장르적 클리셰도 잘 쓰면 예술이 된다. 그 점에서 &lt;인터셉터&gt; 또한 ... more

덧글

  • 잠본이 2022/03/25 13:38 # 답글

    루비 로즈가 슈퍼히어로로 변신하기만 했어도...(이미 늦었)
    https://arrow.fandom.com/wiki/Kate_Kane
  • CINEKOON 2022/03/28 12:59 #

    근데 루비 로즈는 배트우먼이기도 하지 않았었나요? 왜 이후 시즌에서 하차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 잠본이 2022/03/28 13:02 #

    저 링크에서 설명하는 캐릭터가 초대 뱃우먼인데 제작진과 뭔가 문제가 있었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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