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합중국의 대통령이자 자신의 남편이었던 존 F 케네디의 암살을 지근거리에서 목격했던 여자. 그리고 그 암살 이후 홀로 남겨져 일종의 허탈감과 압박감을 동시에 느꼈던 영부인. <재키>는 그랬던 재클린 케네디의 암살 직후 며칠 ~ 몇달을 다루는 영화다. 다만 솔직히 말한다면 나는 재클린 케네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개봉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이 영화에 큰 관심이 없었고. 그럼에도 이렇게 뒤늦은 관람을 하게 된 건, 이 영화의 감독인 파블로 라라인이 최근 <스펜서>를 연출했기 때문이었다.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그것도 각각 미 백악관과 영국 왕실이라는 거대한 공간 안에서 그 삶을 견뎌내야만 했던 실존 인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적절히 포개어진다. 심지어는 그 화면비까지 똑같을 정도로.
1.66:1의 화면비는 재클린 케네디를 영부인이라는 답답하고 부담스러운 틀 안으로 시종일관 밀어넣는다. 아, 그냥 영부인도 아니지. 암살당한 대통령의 영부인. 그녀는 남편의 죽음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조차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 직후에 벌어지는 급박한 권력승계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더더욱 갈피를 잡지 못한다. 여기에 더해지는 나탈리 포트만의 호연은 그런 재클린 케네디의 혼란스러운 내적 상태에 더더욱 스타카토를 더해내고.
그러나 그런 인물의 상황과 감정에 관객으로서 쉽게 동조할 수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실화 속 실존 인물이란 넘을 수 없는 허들이 분명히 있었겠지만, 그걸 떠나 그냥 한 편의 영화로써 본다면 공감 하기가 쉽지 않다. 힘든 것도 알겠고, 고통스러운 것도 알겠어. 당연하지, 토끼같은 자식들만 남기고 남편이 내 앞에서 죽었는데. 그러나 그 명백한 사실 정도를 제외하면, 영화가 내내 재키를 객관적으로만 담아내는 느낌이다.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는 대충 알겠는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발산해 내느냐에 있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 인물의 감정만 우선시 되고 정확히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녀의 목적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다소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진다. 뭐랄까, 좀 더 쉽게 이야기해 영화가 관객들을 계속 밀어내는 것만 같달까.
부유하는 인물 때문에 영화로부터 점점 유리되는 기분. 나탈리 포트만은 물론이고 정말이지 오랜만에 다시 보는 존 허트의 얼굴 등은 너무나도 훌륭히 반가웠다. 또한 몇몇 촬영술은 감탄이 나올 정도이고. 허나 그럼에도, 관객으로서는 <재키>에게 온전히 다가설 수 없었다. 너무나도 명백한 상황은 존재하는데 영화가 뭘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음. 그냥 재클린 케네디라는 인물을 해부하는 것 그 자체에만 신경이 쓰여있는듯 하다. 아, 어쩌면 그게 이 영화의 목적이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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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본이 2022/03/28 13:21 #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