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8 13:38

메리 미 극장전 (신작)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작인 이 영화를 보러 평소 잘 가지도 않던 롯데시네마까지 겨우 겨우 찾아갔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미친 사람이라서? 아니. 로맨틱 코미디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찾아갈 정도로 매니아는 아니거든. 그럼 제니퍼 로페즈 때문에? 아니. 솔직히 제니퍼 로페즈 잘 모름. 가수로서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배우로서도 당장 기억나는 게 <아나콘다>랑 <허슬러> 정도 뿐이걸랑. 그렇담 이 영화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 단 하나의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진짜로 그건 오직 오웬 윌슨 때문이었다. 

나는 오웬 윌슨 특유의 뚱하고 착한 표정을 좋아한다. 동시에 뭔가 무기력해 보이지만 또 그게 빌 머레이 정도로 심한 건 아니고. 여기에 언제나 긍정적인 그 느낌을 좋아하는 거지.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그는 2007년 자살 시도를 했다. 다행히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뭐랄까 그 이후로는 특유의 그 밝은 모습 이면에 형언하기 어려운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마냥 웃기기만 한 역할로 나오는 것도 좋았지만, 가끔 속에 꾹꾹 눌러담고 있었던 진심이 툭하고 튀어나오는 따뜻한 역할들이 더욱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원더>도 그랬고, 최근 <로키>에서 터뜨렸던 울분도 그랬지. 그런데 그런 그가 <노팅 힐>에서 휴 그랜트가 그랬던 것처럼 거대한 상대 앞에서 자신감 박약에 빠진 인물을 연기한다? 이건 뭐 내가 너무나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설정인 거잖아. 

때문에 영화 속 오웬 윌슨의 모든 순간들이 다 좋았다. 물론 영화가 완벽하지는 않다. 다른 장르들에 비해 비교적 조금 더 전형적일 수 밖에 없는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임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이야기와 그 전개가 뻔하고, 그마저도 이미 <노팅 힐>이 잘 벗겨먹었던 것들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그나마 <노팅 힐>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SNS나 유튜브 등을 비롯한 현 시대적 아이템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나 오히려 그게 영화를 좀 더 싸구려처럼 보이게 하는 측면 역시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니퍼 로페즈와 오웬 윌슨이 그렇게까지 잘 어울리는 커플인지도 모르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오웬 윌슨의 여러 측면들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던 거야. 그 특유의 자신없게 끝내는 대화, 홀로 남아 누군가를 바라보는 뭉툭한 표정, 다가가려고 괜히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순간들까지. 아, 나는 가끔 오웬 윌슨을 으스러지도록 안아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이 영화 속 그가 그랬다. 좋은 영화는 아닌데, 오웬 윌슨 행복해 보여서 됐지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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