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3 15:50

모비우스 극장전 (신작)


가장 큰 불만은 결국 또 그것이다. 악당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면서 전혀 악당답지 않게 군다는 것. 그래, 안티 히어로까지는 괜찮아. 그래도 본격 피카레스크물로 가기는 힘들었을테니.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냐? 대도시 뒷골목을 배회하며 하나의 도시괴담으로서 공포를 뿌릴 뱀파이어 캐릭터인데 왜 영화가 멋대로 면죄부를 발부해주고 있는 거냐고. 


전국 스포 자랑!


이상하고 헐거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마이클과 마일로의 요양병원 도원결의는 그 자체로 너무 급하다. 이 둘이 왜 서로를 형제라 부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너무나도 축소되어 있다. 그냥 지나가는 단역 1 정도의 분량이면 또 모르겠지만, 이 둘의 관계는 결국 수퍼히어로와 수퍼빌런 사이의 관계 아닌가! 그것도 그냥 빌런이 아니라 형제에 가까운 친구였다 결국 돌아서게 되는 관계라고! 그럼 일단 그 둘 관계의 시작부터 세밀하게 묘사해주는 것이 맞는 거지. 근데 지금은 둘이 갑자기 만나 갑자기 친해진 뒤 또 갑자기 헤어짐.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있는 영화 요약 영상 같았다. 그것도 2배속으로 빠르게 재생되는.

마블과 DC를 떠나, 잘 만든 수퍼히어로 오리진 스토리를 꼽을 때 항상 <아이언맨>을 언급하게 된다. 그건 정말로 그 영화가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이나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역시 훌륭했었지만, 어쨌거나 지금의 MCU를 만들고 수퍼히어로 장르의 돌풍을 일으킨 건 <아이언맨>이니까... 하여튼, <아이언맨>은 토니 스타크라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하면서 그의 능력과 성격 모두의 묘사에 출중 했었다. 캐릭터의 천재적인 지적 능력은 짧은 브리핑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행적들로 요약 되었고, 더불어 그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성격은 시종일관 던져지는 시니컬한 유머들이 덧발라진 상태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드러났었지. 하지만 <모비우스>는 그게 무엇이든 그냥 '제시'하기만 한다. '묘사'하거나 '설명'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보이는 거다. 그냥 얘는 날 때부터 천재였어-라는 스탠스로 무식하게 돌진하는 영화랄까. 

성격도 매력이 없다. 인물이 무척이나 평면적이다. 어차피 그 태생부터가 스파이더맨이 상대한 악당들 중 하나였으니, 다소간에 악한 면모라든지 아니면 건강한 신체에 대한 욕망 따위가 좀 더 부각 됐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한평생을 보조기에 의지해 힘겹게 걷던 남자가, 갑자기 엄청나게 건강한 신체를 얻게 되면 그로인해 좀 즐기고 싶단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게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근데 오히려 그런 건 주인공 마이클보다, 악역인 마일로가 다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공인 마이클 묘사를 저 마일로처럼 했어야 했던 거 아니야?' 아닌 게 아니라 너네 악당 영화잖어... 그럼 차라리 마일로가 주인공인 게 더 솔직하지 않았겠니...

액션은 그 자체로 너무나도 형편없기 때문에 그냥 논외로 하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두 CG 덩어리가 하나로 엉겨붙어 이러쿵 저러쿵 싸우는 모습은 그 피아식별이 제대로 되지 않아 관람이 너무나도 힘겹게 느껴진다. 다만 초음파를 사용하는 박쥐의 컨셉을 받들어 액션 장면에서 그 파동이 강조되는 방식은 일정 부분 스타일리시하게 다가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마저도 이미 브라이언 싱어가 <엑스맨2>에서 훨씬 더 잘했잖아. 물론 컨셉은 살짝 다르지만, 비주얼적 측면에서 그 영화 속 나이트크롤러의 백악관 침투 시퀀스를 어떻게 이겨. 하여튼 클라이막스랍시고 배치해둔 마이클 vs 마일로 최후의 싸움도 너무나 어이없게 상황 종료.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야말로 형편없기만 한 액션 클라이막스였다. 

마이클은 자신이 얻은 그 능력을 자꾸 "선물이 아닌 저주"라 일컫는데, 그렇다면 그 능력의 '저주'스러운 측면도 영화가 좀 집중해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 그래도 명색이 수퍼히어로 장르 영화의 주인공인데 제아무리 악당 출신이라 해도 무고한 민간인 피 마구 빠는 거 좀 그렇지. 아니, 그럼 최소한 죄책감 느껴가며 괴물처럼 짐승들 사냥해 그 피를 빨든가... 아니면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정말 큰 각성이 필요할 땐 인간 피를 빨든가... 아니면 중간에 만난 위조지폐범들 같은 범죄자들 그냥 사냥해 최소한의 죄책감만으로 피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든가... 왜 이렇게 뱀파이어가 소극적인 건데? 저주스러운 그 측면을 제대로 묘사해내지 않으니 자꾸 그냥 선물처럼만 보이잖아, 그 능력이. 

무엇보다 주인공이 너무 못 생겼다. 너무 외모 지상주의적 발언 아니냐고? 아니, 인정할 건 인정해야 돼.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인 수퍼히어로가 못 생겼다? 안티 히어로든 다크 히어로든 씨바 뭐든 간에 어쨌거나 주인공이 못 생긴 거잖아. 그냥 못 생긴 것도 아니고 더럽게 못 생겼다. 하다못해 비슷한 캐릭터성을 견지한 헐크마저도 그 얼굴 모델링이 꽤 잘생긴 편이었다. 하지만 모비우스는 아니다. 그냥 너무 못 생겨서 딱히 장난감으로 구매하고 싶지가 않아진다. 아, 악당이니까 괜찮다고? 근데 왜 얼굴만 악당이냐고... 하는 짓은 그냥 수퍼히어로면서...

이로써 DC 최악의 영화와 마블 최악의 영화 둘 모두에 발을 담그게 된 자레드 레토. 이제는 좀 짠해보이기까지 한다. 연기는 더럽게 잘하면서 왜 그리 작품 보는 선구안은 없는 것일까. 수퍼히어로 장르에 대한 그의 열정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이쯤되니 징크스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그가 안쓰러워졌다. 


뱀발 1 - 이쪽 세계관은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일단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쿠키 영상에 따르면, 베놈과 모비우스가 속한 세계관은 MCU와 다른 우주인 것이 명확해 보인다. 근데 왜 MCU의 벌쳐는 이쪽으로 넘어와? <노 웨이 홈> 설정에 따르면 피터 파커의 정체를 알고 있는 같은 우주의 사람들은 그냥 그것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 뿐이잖아. MJ와 네드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런데 왜 굳이 벌쳐는 다른 우주로 튕겨져 나가는 건데? 이것도 닥터 스트레인지의 실수인 것일까? 아니면 이참에 그냥 떨거지 범죄자들 다른 세계관으로 은근히 짬시키고 싶었던 닥터의 술책? 그래, 넘어온 건 그렇다 쳐. 근데 이쪽 세계관으로 넘어온 벌쳐는 자기 윙수트 어디서 또 구했대? 이쪽 세계관의 벌쳐 것이라기에는 그 디자인이 너무 MCU의 그것과 똑같던데... 그리고 스파이더맨에 대한 원한을 왜 모비우스와 공유 하려는 거야... 모비우스는 딱히 스파이더맨에 대한 악감정이 없잖아. 심지어 만난 적도 없고, 이 세계에 스파이더맨이 있는지조자 아직 모르겠는데. 왜냐면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속편에서 MCU로 갓 넘어온 베놈은 TV 화면 속 스파이더맨을 보고 처음 보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거든. 근데 왜 모비우스는 벌쳐의 제안에 흥미를 느끼는 것인가...... 아, 진짜 발 뻗을 자리 보기도 전에 먼저 눕기 부터 해버리는 소니의 태도 정말이지 신물난다. 

뱀발 2 - 맷 스미스는 최근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서도 그렇고 그 특유의 변태미가 많은 감독들에게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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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ㄴㅂ 2022/04/04 13:00 # 삭제 답글

    배트맨과 조커의 만남이 이렇게 시시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소니 유니버스 굴리는 꼴 보면 어스파 3이 나온다 쳐도 영 아닐 것 같네요.
    키튼 선생님 벌쳐는 mcu 빌런중에서도 맘에 들었지만 이제 플래시포인트에서 토머스 웨인으로 다시 만나는 걸로...
  • 잠본이 2022/04/07 15:25 # 답글

    어떻게든 못생긴 분장으로 얼굴을 덮고 연기로 승부하려 하지만 각본이 안도와주는 레토선생(...)
  • 깨알같은 바다코끼리 2022/04/12 13:00 # 답글

    좋다
  • 잘생긴 북극곰 2022/04/12 13:32 # 답글

    보고싶다.
  • K I T V S 2022/04/12 19:20 # 답글

    극장에서 볼땐 생각없이 봐서 그럭저럭 괜찮게 봤는데 시네쿤님 리뷰를 보니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네요...; 오랜만에 저도 한번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일단 이건 장점이자 단점인데 제 기준으로는 영화 자체가 갑자기 제트코스터 타는 거 마냥 '갑자기 빠르게 끝나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최소한 30분은 더 이어질 줄 알았는데 스승님 죽고, 연인까지 쓰러지고 곧바로 최종전투에서 악역이자 친구가 바로 사망... 이렇게 급박하게 이어지고 끝나서 조금 허무한 느낌은 들었어요. 또 진부한 흡혈귀 캐릭터기 떄문에 이에 대해선 싫지도 좋지도 않고 단지 마이클 키튼 옹과 어떤 팀업을 할지 궁금하다 이 생각만 날 뿐이었어요.

    맷 스미스 배우분 특유의 '건방지고 약올리는 듯한 재수없는 천재 혹은 사고뭉치 이미지'는 이 영화에서도 느껴졌습니다. 그게 트레이드 마크같고요. 처음엔 흡혈귀화를 모르거나 진심으로 친구를 위해 살인을 변호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살인을 거리낌없이 하는 괴물로 흑화할 때 그 이유에 대해 조금만 더 할애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스승이자 아버지인 인물을 하루아침에 순식간에 살해해버리고 주인공 애인까지 건드리니;;; 이런 짓을 할 정도로 세상을 원망하고 우리가 소수고 세상은 다수다라는 사상에 좀 더 당위성이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 정도였죠.

    뭐 저야 자레드 레토가 조커로 열심히 일했지만 DC 유니버스가 너무 잘 안되서 여기서 부업뛴다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본 것도 사실입니다ㅠㅠ 그리고 갠적으론 모비우스와 툼스는 대놓고 악당짓보단 악당짓하면서도 선을 넘진 않는 안티히어로 팀을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듭니다; 대놓고 나쁜 놈으로 살기엔 모비우스 박사가 쫒기는 신세니 팀업을 하다가 툼스까지 작살날 수 있으니 분명 다른 안티히어로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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