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1 13:55

수퍼 소닉 2 극장전 (신작)


전편도 그리 재밌게 보질 못했었다. 다른 거 다 떠나서 그냥 주인공이랍시고 앉아있는 파란색 털복숭이가 너무 꼴보기 싫더라. 안하무인에 너무 철없고 찡찡거리던 녀석이라. 그런데 이번엔 털복숭이가 세배! 그것도 색깔 별로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조금 시대착오적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와 기획은 속편 영화로써 왕도적 구성을 취한다. 돌아온 전편의 악당과 손을 잡은 새로운 악당, 여기에 주인공에게도 추가된 조력자 캐릭터, 전세계 곳곳을 다니며 펼치는 모험 등. 어째 영화가 딱 90년대 블록버스터 속편 같아 오랜만인 느낌. 오랜만인데 안 반가운 건 둘째치고.

유머의 방식은 여전하다. 대부분이 모두 패러디고, 특히나 주인공이 주인공이다보니 그 대부분 역시 수퍼히어로 장르 패러디.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을 연상케하는 오프닝의 자경단 행세부터 그렇고, 영화내내 윈터 솔져 농담을 한다든가 하는 게... 그런데 이게 재밌었냐고 하면 글쎄. 하긴, 세상에 아무리 소닉 영화라 할지라도 누가 그에게서 기쁜 웃음을 기대하겠는가. 바로 옆에 짐 캐리 선생님이 똬리를 틀고 계시거늘. 하지만 짐 캐리의 로보트닉 역시 전편과 똑같은 느낌이다. 성심성의껏 이 영화에 모든 걸 건다-라는 느낌보다는, 내가 평소에 해보고 싶던 제스쳐와 말투 등을 여기서 모조리 시연해보겠다!-라는 뉘앙스. 최근 이 영화 홍보 인터뷰하며 은퇴 의사를 내비쳤던데, 코미디 배우로서 아무래도 하고 싶은 건 정말로 다 해봤던 모양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그러다보니 내가 아주 어린 나이였다면 또 모르겠지만, 로보트닉은 로보트닉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그저 짐 캐리로만 보인다. 물론 제작진 역시 어느정도는 그것을 고려하고 또 이용하기 위해 짐 캐리 캐스팅을 밀어붙였을 것. 하지만 어쨌거나 아주 특수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 배우의 총량이 캐릭터의 총합을 넘어서면 그건 그거대로 또 깨잖아. 로보트닉의 짐 캐리가 딱 그런 것 같음.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천재 악당이 아니라 그냥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허공에서 신이 난채로 허우적 대고 있을 짐 캐리가 꾸준히 보이는데 대체 그 내용에 어떻게 집중하겠느냐 이 말이야. 

새롭게 등장한 너클즈 역시 문제가 있다. 일단 이 녀석이 그렇게까지 강한 녀석인가 싶을 정도로 파워 묘사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 첫 등장하고 굴렁쇠 모드 소닉 막아선 거 하나로 존재감 뿜어내려 하는데 솔직히 그 정도만 보여주면 약하지. 로보트닉이야 어찌되었든 후반부 배신 때리고 거대 로봇 탑승까지 하니까 어떻게든 존재감이 생기는데, 너클즈 정도 됐으면 소닉 존나 팼어야 하는 거 아니냐. 나중에 로보트닉에게 뒷통수 맞더라도 말이지. 여기에 테일즈 역시 전형적인 조력자 수준을 못 벗어나 안타깝다. 물론 <수퍼 소닉 2>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영화에 고차원적 캐릭터 묘사를 기대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무엇보다 CGI 캐릭터인 소닉 무리와, 실사 인간 배우들 사이의 이야기가 잘 안 엮여든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합성 기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 자체가 안 엮임. 전세계를 구하기 위해 마법의 에메랄드를 찾는 여정이 메인인데, 대체 어떤 마약을 하면 여기에 하와이 결혼식 이야기를 한데 묶어 전개시킬 생각을 할 수 있냐. 일단 그 위기감이 너무 다 뻥 같잖아. 안 그래도 지금 제임스 마스던을 비롯한 실제 배우들은 용돈벌이 뛰러온 느낌이 강한데. 

결과론적으로는 전편 못지 않게 이번에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볼 수 밖에 없었던 속편. 결말도 그렇고 현재 흥행 추이도 그렇고, 무조건 3편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던데 이제는 별로 관심도 안 생기네. 


뱀발 - 이드리스 엘바는 정말 좋아하는 배우고 또 그 섹시한 목소리까지 인정하지 않을래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너클즈와의 상성은 별로 좋지 않았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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