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3 19:16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극장전 (신작)


학교 폭력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등학생 소년이 자신의 담임 선생님에게 편지를 남겼다. 그런데 그것은 그동안의 삶에 대한 적적한 편지도 아니고, 남은 자들의 앞으로를 위한 유서도 아니었다. 자신을 그 죽음까지 몰고 갔던 네 명. 그 네 명의 이름이 명시 되어 있는 일종의 고발장. 문제는 그 소식을 다른 누구보다도 그 네 명의 부모들이 더 빨리 접했다는 것이다. 


니 스포일러가 듣고싶다!


영화는 다분히 연극적인 구성을 띈다. 그래서 극장에 앉아 보는내내 궁금했다. 이거 원작이 있는 이야기인가? 다 보고 찾아보니 일본의 연극을 리메이크한 영화 맞더라고. 그만큼 영화는 상황 안에서 흘러가는 대화들에 천착한다. 덕분에 배우들의 면면이 돋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5년 전에 제작된 창고 영화임에도 설경구의 연기는 힘 있고, 오달수의 연기는 너무 비열해 그걸로 정말 열 받을 지경이다. 고창석의 얄미움과 김홍파의 두 얼굴, 천우희의 답답한 심경과 문소리의 애절한 감정은 덤. 

사실 학교 폭력을 고발하는 영화의 전개나 또 그 안에서의 아귀다툼 등은 다소 상투적인 소재다. 밑도 끝도 없이 뻔할 수 있었다는 말. 하지만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의 선택은 대담하다.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주인공이라고 하면, 보통은 피해자 소년의 부모나 그쪽에서 고용된 변호인이 맡는 게 대부분이잖아. 그런데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오히려 가해자 학생 측의 아버지이자 변호인이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나댄다. 일종의 피카레스크물이라고 해야할까. 감정적 쾌감이 완전히 거세된. 

여기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가 굉장히 강하다. 설경구가 연기하고 있는 강호창은 비호감을 넘어 혐오를 부르는 인물이거든. 차라리 오달수나 고창석 등의 캐릭터는 솔직하기라도 하지. 자기 아들들 살려보겠다고 활개치는 전형적 악당들. 하지만 강호창은 그저 '나쁜놈' 정도로 치부하기엔 여러모로 아까운 인물이다. 그는 나쁘기도 하고, 또 비열 하기도 하다. 피해자의 유서 아닌 유서를 읽자마자 다른 가해자측 부모들과 한 배 탔음을 강조하며 증거물을 유기하고 목격자를 따로 만나는 등 일선에서 활약한다. 그런데 또, 나중에 다른 학부모들로 부터 희생양으로 낙인 찍힌 이후부터는 혼자 정의로운 척 다 하며 아들을 변호한다.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 자체는 변함없지만, 그 변함없음으로 부터 파생되는 비호감의 총량이 진짜 너무 큰 사람이다. 

근데 어쩔 수 없게도 강호창은 우리의 주인공 아니겠는가. 때문에 관객으로서는 주인공에게 혐오를 느끼면서도, 또 그의 최후 변론을 들으며 마음을 졸일 수 밖에 없다. 이게 이 영화의 괴이한 점이다. 주인공을 제일 비호감으로 만들어두고 관객들이 그를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만드는 바로 그 점이. 그 괴이하고 특이한 점 때문에 그나마 영화가 좀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고. 

다만 결말부에서야 등장하는 반전의 반전은 없는 게 차라리 나았을 것 같음. 알고보니 내 아들이 진짜 살인자였다-라는 식의 반전이 이젠 더 이상 새롭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렇지 않은 상태였어야 주인공 강호창의 비호감과 또 그가 극중에서 느꼈을 비릿한 승리의 아이러니가 더 강하게 남았을 거라 생각한다. 스스로 자기 혐오에 빠져 끝나는 엔딩인 건 지금도 맞지만, 아들이 진범으로 밝혀지지 않았어야 그게 더 크게 남았을 것 같음. 

덧글

  • SAGA 2022/05/07 12:30 # 답글

    이 영화 개봉했군요. 일전에 예고편을 보고 한번 보러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보러 가야겠습니다.
  • CINEKOON 2022/05/30 14:37 #

    괜시리 연극도 한 번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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