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5 10:30

만춘, 1949 대여점 (구작)


딸이란 시집 안 가면 안 가는대로 걱정이고, 간다고 하면 또 간다는 대로 서운한 존재라고 말하는 영화. 뭐, 영화가 부녀 관계를 다루고 있으니 그랬겠지만 어디 비단 딸 뿐이겠는가. 딸이든 아들이든 걱정되고 서운한 건 마찬가지일 터. 어쨌거나 <만춘>은 뒤늦게 꽉 찬 봄을 맞이한 딸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면서도 적당히 겐세이를 넣는 아버지의 영화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적 테마들이 정갈하게 정립되어 있는 듯한 느낌. 아버지와 딸이라는 두 세대 걸친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 재혼 등의 요소에 대한 입장과 가치관이 달라진다는 전개, 다다미 쇼트와 깊이감 있는 공간 연출 등 오즈 야스지로의 팬이라면 눈여겨 볼만한 부분들이 역시나 많다. 다들 알겠지만 출연 배우들도 이후 작품들과 엄청 겹치는 편. 

사실 딸인 노리코의 입장이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닌데, 그럼에도 보는동안 짜증나는 측면이 몇몇 있었다. 시집 안 가겠다고 이야기하는 것 정도는 괜찮은데 그걸로 흉한 말본새를 선보인다거나, 아버지의 재혼 드립을 듣곤 혼자 토라져서 서성인다거나... 하지만 제일 빡치는 건 아야. 얘는 뭔 결혼무새야? 만나기만 하면 친구한테 결혼하라고 왜 지랄인 건데... 정작 자기는 이혼 했으면서.

거의 10여년 만에 다시 본, 그것도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는 난생 처음 본 영화인데 그 스크린 크기 때문이였는지 뭔지 안 그래도 좋았던 영화의 엔딩이 더 마음에 남는 것 같다. 딸의 웃음과 종종걸음의 소리로 한가득 메워지던 깊은 집이 이제는 텅 비어버려 바깥의 파도소리만 남았을 때 아버지의 마음이란. 그저 창 밖을 멍하니 보고 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무어라도 해보려 조용히 사과를 깎던 그 모습이여서 더 잊혀지지 않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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