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 공간으로는 5대양 6대주 곳곳을 뛰어넘고 거기에 탈로라는 차이니즈 파라다이스는 물론 지구 바깥 우주로 까지 외연을 확장한 마블. 거기에 신화적 모티프 또한 북유럽 찍고 그리스까지 둘러봤다. 그렇다면 이제 마블에게 남은 곳은 어디인가. <문나이트>는 그에 대한 대답이 되어주는 동시에,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의 마블이 전세계의 온갖 신화와 민담, 구전들을 다 영화화하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 까지도 함께 심어주는 드라마다. 그러니까 뭔 소리냐면, 무턱대고 세계관 너무 키운 거 아니냐는 볼멘 소리지.
그럼에도 우선 착상 하나만큼은 좋은 기획이다. 인종과 성별, 세대를 넘어 여러 수퍼히어로들을 데뷔 시켰으니 이제는 정신분열증 비슷한 걸 앓고 있는 캐릭터도 하나 정도 만들어볼 법 하잖아. 그리고 뻔하다 뭐다 해도 결국 이집트 신화는 나처럼 <인디아나 존스>나 <미이라> 같은 어드벤쳐 장르 영화들을 주로 보고 자란 세대에게 있어 마블 안에서 언젠가는 결국 만나게 될 끝판왕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근데 다 떠나서 재미가 없고 감질맛만 난다. 수퍼히어로로서의 문나이트 수트는 너무나도 멋지지만, 정작 주인공이 그걸 입고 활약하는 장면이 너무 적고 짧다. 수퍼히어로 액션 장르물로써 주인공의 동적 활약을 집약시킬 수 있는 수퍼 빌런의 존재 역시 부재. 에단 호크의 아서 해로우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이쪽은 주먹보다 머리로 승부보는 타입의 악당 아닌가. 물론 시즌 피날레인 6화 들어서 뒤늦은 우격다짐을 보여 주긴 하지만, 세상에 마지막 에피소드만을 보기 위해 드라마를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드라마라는 게 결국 피날레 들어서 무언가 큰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첫화부터 그외 나머지 에피소드들 모두가 최소한의 정량적 재미는 유지해줘야 하는 것 역시 맞잖아. 그 점에서 <문나이트>는 정말로 재미가 없다. 그나마 흥미로운 설정들을 던져주던 1,2화에 비해 이집트 넘어가기 시작하는 3화부터는 그야말로 재미가 급감. 수퍼히어로 장르물로 부족할 거면 못해도 어드벤쳐 장르물이라도 잘 건드렸어야지. 근데 결국 그 둘 다 못함.
당장은 후속 시즌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아두고 있지만, 이쪽 업계가 이런 약속들 왔다 갔다 하기로 워낙 유명하니 나중에 잘되는 거 봐서 그 박아둔 못 다 뽑아 두번째 시즌 만든다고 해도 할 말 없긴 하다. 그렇게 되면 결국 문나이트도 MCU의 다른 수퍼히어로들과 엮이게 되겠지. 거기에서 기대되는 케미는 분명 존재한다. 문나이트가 같은 아프리카 대륙의 이웃 국가인 와칸다를 어떻게 대할지, 문나이트와 여러 차례 엮이게 된 피터 파커가 "지금은 누구예요?"라고 묻는다든지 하는 거 궁금하긴 해. 하지만 그 또한 지금 당장의 순간은 아니지않나. 여러 해가 지난 후에야 찾아올 재미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의 드라마 퀄리티를 양보하는 건 좀...
주제 의식도 낡았다. 결국 암미트와 콘슈의 구도는 그거다. 예지력을 바탕으로 미래에 죄를 지을 예비 범법자들을 미리 심판해 쓸데없는 희생을 막자는 것 vs 그럼에도 죗값은 그 죄를 지은 이후에만 치를 수 있다는 것. 언뜻 보면 있어보이지만 이거 결국 그동안의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모두 면밀하게 다뤄왔던 주제 아니었던가. 막말로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다룰 적에도 이미 이 주제는 낡아있던 상태였다. 게다가 MCU에서 이 주제가 처음 나온 것도 아님.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이미 알차게 써먹었었잖아.
그나마 볼만한 건 오스카 아이작의 연기 차력 쑈다. 연기 잘하는 배우란 건 알고 있었지만 최근 작품들이 그러한 연기력을 뽐낼 기회 다 빼앗아가는 느낌이었는데 여기서는 말그대로 날아다님. 배우 본인도 아마 연기하며 무척이나 재미있지 않았을까. 그외 에단 호크나 메이 칼라마위 등 주변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괜찮은 편. 다만 연기적 측면을 떠나 콘슈는 진짜 존나 웃긴 새끼다. 어떻게 이런 덜 떨어진 땡깡 전문 철부지가 신으로 군림하고 있었던 거지? 아닌 게 아니라 외계인 정도로 재정립 된 토르 일행과는 다르게 이쪽은 진짜 '신'처럼 묘사 되던데. 이런 새끼랑 줄창 일해야하는 상황이었다면 나였어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을 것.
안 나온다고는 했지만 말 바꿔 시즌 2 만들겠다고 해도 그닥 기대는 안 될 것 같다. 관성에 의해 보기는 하겠지만... 아니, 사실 생각해보면 디즈니 플러스 런칭 된 뒤에 나온 MCU 시리즈들은 하나같이 다 그저 그랬던 것 같아. 그러니까 드라마 말고 그냥 영화로 만들라고...
덧글
잠본이 2022/05/26 08:41 # 답글
CINEKOON 2022/05/30 14: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