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30 14:34

범죄도시2 극장전 (신작)


가타부타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그냥 "이런 게 보고 싶으셨죠?"라고 너스레를 떨며 정면승부. 장사꾼으로 치면 샤넬 구찌 같은 고급 명품은 아니어도 모나미 볼펜처럼 구매자가 딱 기대했던 만큼의 품질을 솔직하게 제값주고 제공해주는 동대문 문구 도매업자 같은 느낌. 여름 시즌의 포문을 열어젖힐 작품으로써 이런 솔직함은 장점이다.

<사생결단>과 <부당거래>처럼 어딘가 뒤가 구린 국가공무원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이 '저런 사람, 저런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정말로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느껴졌었다면, <베테랑>과 더불어 <범죄도시2>는 슬프게도 너무 없을 법한 이야기라 또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정의로 똘똘 뭉쳐 범죄자들 응징하는 경찰이 없을 법 하다는 게 아냐. 그들이 상대하는 악당들을 묘사하는 태도가 너무 나이브하게 느껴져 비현실 같다는 거지. 딴소리지만 <베테랑>이 실화였다면 과연 조태오가 결말 이후 실형 살았을까? <범죄도시2>가 실화였다면 과연 결말 이후 마석도 괜찮았을까? 아마 과잉진압이라고 넷상에서 욕 먹고 경질 되지는 않았을지. 

하지만 그런 거 저런 거 다 빼고 보면, 역시나 전편 못지 않게 꽤 그럴 듯한 장르물이다. 조금 과한듯해도 어쨌거나 타격감 하나는 제대로. 마석도 주먹에서는 총이라도 나가나 보다. 아니, <이터널스>에서는 그 총주먹 상대가 데비안츠라는 괴물들이었으니 그러려니 했지... 근데 <범죄도시2>에서는 싸움 좀 한다지만 어쨌거나 그냥 일반인 상대로 총주먹 쓰는 거잖아... 데비안츠가 쳐맞을 때는 동정심 1도 안 들었었는데 손석구의 강해상과 그 일당들이 펀치 먹을 때는 이제 좀 불쌍하게 보이더라. 일반인들 상대로 기술 쓰는 게 어디있습니까, 길가메시님...

전편에 대한 평가로 '장르는 스타를 만들고, 스타는 그 장르를 이끈다'라고 했었는데, 이번에도 마동석이 영화를 제대로 이끈다. 게다가 제작진 역시 마동석이라는 타이틀 롤 배우에 대해 잘 분석한 게 느껴짐. 일단 스피디한 추격전에 능한 배우는 아니잖아. 몸 자체가 워낙 육중한 느낌이다 보니 베트남 시내를 가로지르는 추격 액션 따위는 애초 생각할 수조차 없었을 거다. 그러다보니 그냥 그 육중함을 컨셉으로 살려 다찌마리에 올인. 특히 내가 떠오른 것은 성룡 영화들이었다. 물론 마동석과 성룡 사이의 체급 차나 권격 스타일은 많이 다르지. 하지만 일단 싸움 공간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부분도 있거든. 마동석이 성룡처럼 주위 사물들을 적재적소로 잘 사용하는 타입은 비록 아니지만, 그 특유의 육박감을 강조하기 위해 좁은 공간 안에서 적과 싸우는 장면들이 많아 그런 점에서 성룡의 그것이 떠오른 것. 거기에 둘 다 싸움 중간중간 귀엽기도 하잖나. 

악당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는데, 손석구의 연기는 좋으나 그의 강해상 자체는 역시 전편의 장첸에 비해 조금 아쉽다. 윤계상의 장첸에게는 그런 매력이 있었어, 정말로 이렇게까지 할까?-하는데 정말로 그렇게까지 해버리는 반전의 매력. 그에 반해 속편의 강해상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첫인상부터 마지막 모습까지 그냥 본 투 비 악당이다. 어차피 마석도에게 KO 당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 텐데도 그 캐릭터성이 다소 아쉽다. 

전편의 그림자가 너무 커 자꾸 비교를 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전편이 조금 더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번 속편도 전편에 비해 아주 조금 떨어질 뿐이지, 전반적으로는 꽤 좋은 오락 영화로써 잘 나온 편. 대중 영화로써는 관객들에게 내뱉은 약속들을 모두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말하고 싶다. 


뱀발 - 보다보면 수사관할권 언급도 나와 이런 종류의 법리적 다툼을 추후 시리즈에서 좀 더 깊게 다룰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시리즈의 쾌도난마하는 기조를 보면 그딴 거 앞으로도 아예 없을 듯. 

핑백

  • DID U MISS ME ? : 2022년 대문짝 2022-05-30 14:34:35 #

    ... 2022년의 주요 타겟 웨스트 사이드 스필버그 / 킹메이커 / 포와로2 / 언차티드 / 배트맨 / 모비우스 / 광기의 멀티버스 /범죄도시2 / 도미니언 / 브로커 / 박찬욱 / 라이트이어 / 마걸사2 / 바빌론 / 불릿트레인 / 블랙 아담 /뉴 유니버스 2 / 아쿠아맨2 / 플래시 포인트 / ... more

  • DID U MISS ME ? : 압꾸정 2022-12-01 16:42:40 #

    ... 싶었던 건지 뭔지 진짜 하나도 모르겠음. 대체 이 영화만의 기조가 뭐냐? 한 번도 안 웃었고, 한 번도 안 시원했다. 이럴 거면 &lt;범죄도시&gt;랑 &lt;범죄도시2&gt; 정주행 다시 한 번 하는 게 훨씬 나을 듯.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