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30 17:53

쥬라기 공원 3, 2001 대여점 (구작)


여전히 돈 많이 든 블록버스터 임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어딘지 모르게 캐주얼 해졌다. 거대 공룡과 펼치는 필사의 도주나 복잡한 지형지물을 활용한 요리조리 액션 등은 여전한데도 뭔가 허전하고 소품이 되어버린 것 같은. 그런데 10여년 만에 다시 보고 나니 그게 뭔지 조금은 분명해진 느낌이다. 인간의 오만함과 자연주의, 자본주의 등을 코멘트하고 있던 전작들관 달리 주제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똑같이 구르며 똑같이 고생하는데 어째 전작들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인 듯하다. 

전작들을 보면서는 조금 유치하더라도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아, 감히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게 존재하는 구나.' '아, 자연 앞에서 인간은 그저 아무 것도 아닌 존재구나.'- 등등. 하지만 3편을 보면서는 이런 생각 밖에 안 들더라. '아, 전문가 말 안 듣고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르는 인간이랑은 거리를 둬야겠다.' 조금은 생각할 거리가 있었던 1편, 2편에 비해 3편은 그냥 말그대로 놀이동산의 어트랙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물론 그게 꼭 나쁜 것이라고 할 수만은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전작들이 쌓아놓은 성과와 그에 따른 기대들이 꽤 컸기에 또 좋다고 말할 수만도 없는게 된 거지. 

악덕 기업의 거대한 음모 보다 결국은 가족 드라마로 빠진다. 이것 역시 나쁘지 않다. 이야기의 양감은 좀 줄었을지언정 그 안에서 충분히 다채롭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뽑아먹을 수 있었을 테니. 실제로 영화가 노력 안 한 것도 아니다. 스피노사우루스로 최종 보스로 두고, 거기까지의 과정을 랩터 무리와 프테라노돈 무리 등으로 알차게 로테이션 돌린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도무지 마음 안 가는 인물들로만 주인공 파티를 꾸렸다는 점에서 열 받음. 물론 샘 닐의 앨런 그랜트야 시리즈 팬 입장에서 미워할 수 없는 거고. 그외 나머지 인물들 전부가 다 비호감이다. 왜냐면 뭘 어떻게 해도 결국엔 우리들의 앨런을 뒷통수 친 인물들 일테니까. 여기에 뻔히 어떤 섬인지 알고 있었음에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확성기로 고래고래 소리치지를 않나, 자동화기를 한 다발 가져가 놓고도 제대로 써보기는 커녕 다 그냥 뒤지지를 않나... 하여튼 여러모로 비호감인 인물들만 의도적으로 모아 꾸린 인상이다. 

그 티라노사우루스를 왕좌에서 끌어내렸단 점 때문에 팬덤에겐 욕을 먹는 스피노사우루스. 나는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고 본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시리즈가 3편쯤 됐으면 티렉스 외에 뭔가를 하나 내놨어야 하는 상황이었을 터이니. 다만 뉴 페이스 신흥 강자의 파워를 보여주기 위해 티렉스를 허무하게 털어버린 점은 조금 미스. 그럼에도 스피노사우루스의 악독하고 표독스런 면모가 좀 강조된 것 같아 싫어하지는 않는 편. 이러한 면모는 이후 <쥬라기 월드>의 인노미너스 렉스에게도 영향을 준 것 아닐까. 

어쨌거나 어쨌거나 세간의 평가만큼 나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전작들의 벽이 너무 높았고, 또 3편이 조금 핀트를 잘못 잡은 점은 인정. 그래도 요즘 진짜 얼탱이 빠진 영화들 많이 봐서 이 정도 퀄리티면 선방한 거라고 봄. 뭔가 다시 보니 선녀 같은 영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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