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4 16:11

인터뷰, 2014 대여점 (구작)


지금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라 할 만하다. 할리우드의 영화사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희화화하는 영화를 만든다? -> 북한의 비난 및 개봉 금지 요구 -> 미국 정부와 해당 영화사의 거절 -> 북한이 해당 영화사의 시스템을 해킹 -> 근데 그 영화사가 소니였고 -> 그 때문에 소니 내부 정보가 만천하에 다 털림 -> 그 당시 실망스럽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흥행에 대한 소니의 내부 인식 공개 -> 대내외적으로 수세에 몰린 소니 -> 결국 스파이더맨이란 IP의 소생을 위해 MCU와 극적 타협 -> <시빌 워>를 통한 스파이더맨의 MCU 데뷔. 이렇게 정리하면 너무 비약인가?

근데 그 비약이 더 재미있다. 영화는 너무나도 전형적인 주드 애파토우 식 싸구려 미국 코미디다. 물론 주드 애파토우가 연출 맡은 작품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세스 로건과 제임스 프랑코 특유의 코미디적 색채가 진하게 드러나는 작품. 근데 원래 미국식 유머 한국에서는 잘 안 통하잖아? 게다가 이거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이 보면 좀 골 때리는 지점이 많은 영화거든. 그러니 더욱 더 안 통했을 듯. 

그러니까, 북한을 주 배경과 소재로 삼은 데에 대한 독창적인 테이스트가 없다. 그냥 대놓고 놀릴 독재자 캐릭터가 한 명 필요한데 남미나 중동, 아프리카의 독재자들 다 한 번씩 갈궜으니 이젠 동아시아로 온 느낌. 랜들 박이 열심히 연기하고 있음에도 김정은에 대한 묘사는 뻔하고, 이를 둘러싼 북한 내부의 상황도 허접하게만 묘사된다. 뭐, 코미디 영화이니 수준 높은 고증까지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서도...

다 떠나서 개그가 일단 죄다 불발. CIA가 원격으로 떨어뜨린 캡슐을 항문에 숨긴다든지, 독 묻은 한 쪽 손 빼고 폭풍 섹스를 한다든지 하는 개그들이 다 안 터진다. 불쾌 해도 재미가 있으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볼만 했을 텐데, 유쾌함은 찌개 위 거품 걷어내듯이 그냥 싹 다 거세. 게다가 한국말 유저로서 어정쩡하게 터져나오는 한국어들에 더 골 때릴 지경이고...

차라리 급진적으로 초반에 김정은 죽여버리고 그 권력의 공백 상태를 주인공 둘이 어떻게든 채우려드는 코미디로 가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도 해본다. 스파이크 리도 KKK단에 잠입한 흑인 형사 이야기 했었는데 너네라고 그걸 왜 못하겠냐. 백인 둘이 북한 정권 먹는 이야기였다면 너무나 막되먹은 이야기로 느껴져 차라리 더 재밌었을지도? 그렇게 됐으면 해킹이 아니라 소니 본사 대포동 맞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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