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7 17:17

콜럼버스, 2017 대여점 (구작)


한 명은 어색한 사이의 부모를 이제는 떠나 보내고 싶어 콜럼버스를 찾았고, 또 다른 한 명은 돈독한 사이의 부모를 떠나 보낼 수 없어 콜럼버스에 남았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두 사람. 각기 다른 성별, 각기 다른 인종, 각기 다른 세대, 각기 다른 취향과 각기 다른 가치관 등등.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둘 모두 담배 태우는 걸 즐긴다는 정도?

영화의 잔잔함이 좋다. 최근 <파친코>를 보고 나서 코고나다의 작품들이 궁금해 찾아본 것이었는데, 확실히 이쪽이 훨씬 더 차분한 느낌. 일단 <파친코>는 각본 자체가 되게 감정적인 이야기였잖아. 감독이자 쇼 러너인 코고나다가 나름대로는 조금 누른다고 눌렀을 텐데도 각본이 가진 감정적 격렬함 때문에 서로 상쇄되어 그런 결과물이 나왔던 것이었겠지. 반면 <콜럼버스>는 애초 각본 부터도 엄청 조용하고 정적으로 나왔을 것 같다. 여기에 비슷한 결을 가진 코고나다의 연출력까지 붙으니 확실히 결과물이 잔잔하게 나온 듯. 

곳곳에 아버지를 떠올리게끔 만드는 건축물과 사람들이 스며들어 있는 도시, 콜럼버스. 이에 진은 지루함과 어색함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이걸 조금이나마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게 케이시의 역할. 그리고 현실에 고여버린 케이시를 조금 무딘 말투로 나마 설득하고 공감해주는 게 또 진의 역할이기도 하다. 영화 전체가 거의 이 둘의 교감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이 둘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차분한 대사들도 좋다. 자칫 지루해지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고 보는데도 영화답게 시각적 재미를 끌어올려주는 콜럼버스의 풍광도 좋고. 사실 이 영화 보기 전까진 콜럼버스라는 도시가 미국 내에 있는지도 몰랐었는데, 다 보고 나니 괜시리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막상 가도 엄청 할 거 없고 지루한 소도시 느낌일 것 같긴 한데 그 지루함이 또 즐겨질 때가 있지 않나. 

익숙한 것에는 의미를 두지 않게 된다고 극중에서 케이시는 말한다. 그게 영화가 주 소재로 다루고 있는 '건축물'이라는 개념과 잘 연결되는 것 같아 또 재미있다. 어쩌다 한 번 가본 관광지 안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흥미를 느끼지만, 정작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와 동네 한 쪽에 지어진 건축물들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관심 잘 안 갖게 되잖나. 건축물을 대하는 영화의 그러한 태도가, 이상하게도 진과 케이시 모두에게서 드러나고 또 느껴지는 것 같아 이것도 재밌고. 우리는 누구나 하루동안 각자만의 전투를 치르고 있지 않나. 그런 날들이 쌓이고 모이면 결국 전쟁이 되는 것일 텐데, 옆사람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으면 그의 전투와 전쟁까지 엿볼 생각 안 하게 되지. 그래서 원래 매일 만나는 가족보다 가끔 만나는 친구의 일상에 더 호기심을 표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 어쩌면 진과 케이시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처음 만난 사이였기 때문에 서로를 향한 공감에 더 잘 투신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뱀발 - 케이시의 친구이자 도서관 사서로 나오는 청년, 왜 이렇게 멕컬리 컬킨 닮았지?-라고 생각하다 찾아보니 정말로 친동생이었네.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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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만 한다. 그러므로 양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런 텍스트의 감동과는 별개로, 영화는 생각보다 되게 지지부진하다. 감독의 전작인 &lt;콜럼버스&gt;나 &lt;파친코&gt; 같은 경우에는 그 감정적 격량의 총합 차이를 떠나 그냥 그 자체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lt;애프터 양&gt;은 조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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