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2 20:57

인터셉터 극장전 (신작)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해당 장르를 30년 넘게 먹여살릴 수도 있다. <다이 하드>가 1988년 작품이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34년이겠네. 그만큼 <인터셉터>는 <다이 하드>의 짙은 영향권 아래 놓인 영화다. 물론 그게 꼭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다. 장르적 클리셰도 잘 쓰면 예술이 된다. 그 점에서 <인터셉터> 또한 나름의 미덕을 갖고 있는 영화고. 하지만 하고팠던 말들을 진짜 말로 다 했다는 게 문제. 너는 액션 영화잖아...

시추선에 가깝게 디자인 된 듯한 해상 요격 기지 안에서 이야기가 벌어진다는 점은 좋다. 하지만 그 공간을 요리조리 잘 썼는가? 그건 영 아니올시다. 물론 요격 기지 곳곳에 숨어 악당들을 하나둘씩 쥐어패는 주인공이었다면 더욱 더 <다이 하드> 안 떠올리기가 어려웠겠지. 그 때문이었는지 <인터셉터>는 요격 기지의 중앙통제센터, 사실상 비좁은 그 공간 딱 하나만을 메인 스테이지로 상정한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다보니 적재적소 게릴라전의 느낌보다는 말로 하는 협상과 왔다 갔다 공수 교대의 재미만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어 나가고... 그게 엄청 나빴다는 건 아니지만 그게 또 엄청 재밌었냐고 묻는다면 그것 역시도 영 아니올시다...

아닌 게 아니라 말이 좀 많다는 문제가 있다. 하기야, 존 맥클레인도 한스 열 받게 할 정도로 말이 많기는 했지. 하지만 이죽거림과 재잘거림으로 재미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그저 다루고자 했던 주제를 은유 비유 이딴 거 없이 그냥 직구로 던져냈다는 게 나쁜 포인트. 주인공이 과거 군에서 성희롱을 당한 적, 그리고 피해자 임에도 폐쇄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고통 받은 적 있는 여성 캐릭터란 점. 그 부분은 좋다. 게다가 그녀를 돕는 유일한 동료는 이집트계 유색인종이고, 적으로 상정된 인물들은 세계의 분열을 조장 하면서도 돈이 목적인 백인 우월주의 집단이란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러니까 보라고... 지금 기본 반찬이 다 노골적이잖아. 누가 봐도 성적, 인종적 다양성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인물들인 거잖아. 여기에 가타부타 설명이 더 필요하냐고. 

하지만 영화는 그걸 기어코 다 말로 해내고야 만다. 성희롱을 일삼던 콧수염 난 백인 남성 캐릭터는 비뚤어진 애국심으로 이민자들에 대한 경계를 직접 말로 주르륵 다 설명. 미국을 다시금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캐치프라이즈까지. 그뿐이 아니다. 주인공은 몇몇 멋진 순간들을 갖고 있음에도 그 흥을 굳이 굳이 말로 또 다 깨버린다. 멋진 페미니즘 액션 영화 주인공 만들 거면 성별을 이용하든 안 하든 그냥 멋진 액션을 하게끔 해주라고! 왜 거기다 굳이 중언부언 말을 덧붙이냐... 심지어 악당은 정말이지 친절함. 우리의 주인공이 그동안 받아왔던 피해들과 오해들을 전세계에 생중계 해주고 있기까지... 이쯤 되면 얘는 그냥 주인공 변호사 아니냐? 

최첨단 요격 기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그걸 활용하기 보다는 그냥 줄거리에 대한 이유로만 쓰고 있다는 점 역시 불만. 뭐, 이런 저런 볼멘소리들 많이 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 만큼은 그냥 저냥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공개 되자마자 넷플릭스 박스오피스에서 1위. 그 덕분에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서 속편 관련해 아이디어가 있다는둥 말을 하던데 정말 만들 생각이라면 그 때 가선 입 좀 덜 털고 주먹으로 뭔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덧글

  • nenga 2022/06/13 09:42 # 답글

    익스트랙션하고 콜라보하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군요
  • 잠본이 2022/06/13 11:48 # 답글

    장르가 오럴 배틀 무비인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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