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3 13:35

칩과 데일 - 다람쥐 구조대 극장전 (신작)


디즈니 관련 굿즈를 뒤적거리거나, 디즈니랜드에 가서 휘적거려본 경험이 있다면. 아마 서로 비스무리하게 생긴 두 마리의 다람쥐 캐릭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사람이었다면 모를까, 한국 사람들 중 그 두마리의 다람쥐 캐릭터가 각각 칩과 데일이란 이름을 갖고 있었다는 거 아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아니야? 나만 몰랐던 거야? 하여튼 나는 정말로 모르고 있었다. 그 둘을 주인공으로 삼은 TV 시리즈가 있었던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음. 그랬기에, 디즈니+에서 이 영화를 발견하곤 혀를 끌끌 찰 수 밖에 없었다. 하다 하다 이제는 이런 것까지 만드는 구나-라는 뉘앙스로. 그런데 웬걸? 그냥 뻔한 스트리밍 서비스용 영화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노력 많이 들인 영화더라. 보는내내 재밌었고 심지어 몇몇 부분에서는 육성으로 웃음이 터지기도. 

실사와 CG 애니메이션을 합성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영화. 그랬기에 나는 그냥 <앨빈과 슈퍼 밴드> 정도 되는 기획인 줄 알았던 거지. 하지만 <칩과 데일 - 다람쥐 구조대>는 이 분야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는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의 뒤꽁무니를 정말이지 성실하게 뒤쫓는다. 나쁘게 말하면 뻔하고 좋게 말하면 고전적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 어느 쪽을 골라 잡아도 꽤 그럴듯한 만듦새의 추적 누아르 구조다. 미스테리한 연쇄 실종 사건, 공권력 밖에서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두 콤비, 흡사 카르텔 마냥 단단하게 구축된 범죄 세력, 여기에 나름의 반전까지. 물론 술독에 빠져사는 탐정과 섹시미 넘치는 팜므파탈이 아니라, 두 마리의 다람쥐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영화인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그 장르적 분위기의 수준이 아주 깊지는 않다. 하지만 이 정도면 꽤 즐길 만한 수준은 되지 않나 싶은 정도. 자신의 자녀나 조카를 미래 하드보일드 누아르의 팬으로 키우고 싶은 어른들이라면 그 시작점의 조기교육으로 꽤 그럴 듯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타 영화로써 전반적으로 수준급.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 떠오를 정도의 여러 인용과 패러디들이 난무한다. 직접적으로는 피터 팬도 나오고 여기에 인디아나 존스 의상도 등장. 이외에도 <라이온 킹>이나 <정글북>, <스타워즈>, <릭 앤 모티>, <심슨 가족>, <미녀와 야수> 등의 디즈니 산하 여러 프랜차이즈들이 언급되고, 심지어는 배트맨 같은 DC 캐릭터는 물론 경쟁사라 할 수 있을 드림웍스의 슈렉도 포함. 아니, 다 떠나서 못생긴 소닉 나온 걸로 카메오는 끝난 거 아니냐고... 아, 제일 빵터진 장면도 그 패러디에 있었는데 그게 바로 세스 로건 배우 개그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스 로건이 목소리 연기했던 캐릭터들 다 나와 한 프레임에 걸리는 거 왜 이렇게 웃기냐. JK 시몬스가 연기한 퍼티 반장의 활용도 존나 웃기고. 그뿐만이 아니라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에 대해서도 가볍게 농담조로 코멘트 하고 있다. 범죄 집단이 근거지로 삼고 있는 슬럼가가 불쾌한 골짜기라는 거 진짜 센스있지 싶었다.

전혀 기대 안 했던 영화인데 기분 좋게 한 방 먹었다. 보는내내 웃기고 재밌기만 했다. 실상 이 영화 한 편으로 이번 달 디즈니+ 구독료는 됐지 싶다. 

덧글

  • 젠카 2022/06/13 15:02 # 답글

    90년대 초반인가 KBS에서 TV시리즈를 해준 적이 있었죠. "다람쥐 구조대~ 칩과 데일~ 다람쥐 구조대~ 좋은친구"라는 주제가도 당시엔 꽤 유행한 것 같은데 재방송도 없고 해서인지 기억하는 분이 정말 안계시네요 ㅎㅎ
  • 잠본이 2022/06/13 16:59 # 답글

    저놈들을 그 90년대 tv판으로 기억하느냐 아니면 80년대 '미키와 도날드'에서 주로 도날드 괴롭히는 악동 역할로 기억하느냐에 따라 세대가 갈립니다(그런거 모르신다잖아!)
  • 엑스트라 2022/06/14 06:48 # 답글

    그런데 그 이쁜 쥐 가젯의 활약은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그리고 치즈에 사족을 못쓰는 친구하고 파리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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