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3 13:56

내 인생 특별한 숲속 여행, 2016 대여점 (구작)


푸르게 괴팍한 성장 영화라고 해야할까? 뉴질랜드의 압도적인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무언가 잘못된 소년 & 무언가 잘못된 중년 콤비의 추격을 통한 성장에 집중한 영화이니... 무엇보다 타이카 와이티티의 할리우드 진출 직전 작품으로써 그 작품 세계 전반을 잘 설명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모든 것을 잃었지만 특유의 천진난만한 태도로 귀여운 허세를 부리며 숲을 가로지르는 소년. 그리고 그 옆에서 함께 모든 것을 잃어 엄청 시니컬하게 굴다가 끝내는 소년의 영향으로 조금씩 돌아서게 되는 중년. 보다보면 아무래도 <조조 래빗>이 떠오르는데, 배우 캐스팅 풀이나 자연 풍광 같은 거 보다보면 <토르 - 라그나로크>는 물론 뉴질랜드인으로서 타이카 와이티티의 초록빛 긍지도 어쩐지 엿보이는 것 같고. 

이처럼 MCU와 <스타워즈> 세계관 등을 넘나드는 동시에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들락날락하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의 만개 직전 시절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큰 영화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우거진 숲을 뚫고 나가는 중년 남성이 샘 닐의 얼굴을 하고 있어 또 반가운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샘 닐이 그 모자 쓰고 나무들 사이 왔다 갔다 하는 거 실상 앨런 그랜트 박사처럼 보이던데. 심지어 여기서도 어린 아이 싫어하는 속성은 그대로 유지. 물론 앨런 그랜트에 비해 가방 끈은 훨씬 짧은 것으로 묘사되지만...

더 막 나갈 수 있었을 텐데 감독이 묘하게 수위 조절 아닌 수위 조절을 좀 한 느낌. 어째 이 사람도 영화 만들면 만들수록 점점 더 고삐 풀려나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진 좋은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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