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3 15:26

이리지스터블, 2020 대여점 (구작)


보수 공화당이 득세하고 있던 어느 시골 작은 도시에 변화를 추구하려는 진보 민주당의 시도. 게다가 시기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 즈음. 여기에 등장 배우들도 그렇고 비판적이되 어찌되었든 진보적 색채를 띄고 있는 작품인지라 다소간에 뻔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아, 강경하고 악랄하게 묘사되는 보수당에 맞서 소시민들이 규합해 진보의 이름으로 정의를 되찾는다는 전개로군. 하지만 영화는 생각만큼 그리 뻔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지막 반전을 통해 주인공은 물론이고 영화를 보고 있던 관객들에게도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이야기였던 것. 


스포일러블!


결국 이 모든 게 다 짜고 치는 연극이었단 전개가 쌈박하다. 그러니까, 마을 사람들은 정치의 현실적인 면을 본 것. 물론 거기에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라는 거시적 구도가 있고, 그 안에 속한 모두는 각자의 신념을 위해 최선의 노력으로 싸운다. 하지만 세상만사 모든 게 그렇듯, 정치와 선거에도 돈이 든다. 그 막대한 자금을 얻어내려면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갖은 쑈를 해야하지. 또, 여기에 필요한 것은 돈 뿐만이 아니다. 어찌되었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상대를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 수립도 필수이지 않겠는가. 때문에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게리와 그 대척점에 선 페이스는 둘 다 그 모든 것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심지어는 유권자로서 정치의 목적이 되어야하는 그 마을의 그 주민들도 때때로 무시하면서까지 말이다. 시골 촌동네 레드넥들이 뭘 알겠어, 퉤. 

하지만 정작 뭐가 중요한지 잊고 있던 건 게리와 페이스였다는 게 반전. 무식하고 꽉 막혔단 인상을 주던 시골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게리와 페이스의 그런 구태의연한 면모를 역이용해 보수와 진보를 떠나 마을 자체를 살리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니까, 무언가 인과관계가 잘못 되었다는 거다. 우리는 하나의 마을, 하나의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정치를 수단으로써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게리와 페이스를 비롯한 정치계, 그리고 그에 빌붙은 언론계는 정치적 승리를 위해 마을 공동체를 수단으로써 이용하려 했다. 유권자를 위해 선거를 하는 것인데, 선거를 위해 유권자를 쥐락펴락하려 했다. 선거 정치가 향해야 하는 곳, 그리고 가장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하는 곳이 어디였는지를 잠시 잊고 있던 자들의 단체 몰락. 조금 재수 없는 사람이긴 했어도 명색이 주인공이니 게리를 믿고 따르고 응원까지 하고 있던 관객들 역시 마을 사람들에 의해 뒷통수를 맞는다. 근데 맞고나서 생각해보니 게리랑 우리가 잘못 생각하긴 했었네. 그래서 더 얼얼하다. 

보수가 공포를, 진보가 수치심을 이용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다 보여주는 스티브 카렐 연기 좋음. 여기에 로즈 번도 그렇고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와 한편으로는 즐겁기도 했다. 그런데 그 와중 크리스 쿠퍼는 진짜 볼 때마다 김응수 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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