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슬>은 아담 샌들러의 <머니볼>인 것처럼 보인다. 각각 야구와 농구라는 종목 간의 차이만 있을 뿐, <머니볼>과 <허슬>은 과거에 선수로 활약하던 주인공이 모종의 사건으로 현재는 경기장 위가 아닌 바깥과 뒤에서 팀을 꾸리는 내용으로 영화를 채운다. 여기에 <머니볼>의 브래드 피트가 그랬듯, <허슬> 속 아담 샌들러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언컷 젬스>와 이 영화까지 이어, 이젠 많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일종의 농담이 된 것 같다. 아담 샌들러가 진지 빨고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좋을 거라는. 나도 그 생각을 했다. 이 양반 각 잡고 연기하면 되게 잘하는 사람인데 대체 왜 멍청한 영화들에 자꾸 출연하는 거야? 이쯤 되면 알고도 출연하는 악취미인가?
<머니볼> 언급을 했는데, 그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빌리 빈이 그랬듯 <허슬>의 주인공인 스탠리 슈거맨 역시 따라가고 싶은 자의 뒷모습이 무엇인지를 그럴듯하게 전시한다. 그리고 결국 극의에 달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빌리 빈과 스탠리 슈거맨은 각기 다른 종목에서 각기 다른 포지션으로 활동하지만 끝내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자들이다. 빌리의 나지막한 혼잣말은 "이래서 야구를 사랑해"였고, 스탠리의 보에 대한 조언은 "난 농구를 겁나 사랑해"였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말. 그래서 스스로를 믿고, 또 버티라는 말. 두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비단 스포츠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신의 일에 대한 사랑을 밑천 삼아 스스로를 믿고 버티라는 말은 기본기에 가깝다. 마음 먹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누구나 독기를 품으면 시도까진 해볼 수 있다는 말. 그래서 인생은 여기에 한 방울의 테이스트를 화룡점정으로 더해준다.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누군가'. 따지고 보면 <머니볼>의 빌리 역시 스스로의 이론을 뒷받침해주고 믿어주는 피터 브랜드란 동료가 있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또는 그마저도 빌리의 머니볼 이론을 따라주지 않았더라면 그런 성공은 없었겠지. 그리고 그건 <허슬>의 보 크루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스탠리 슈거맨이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노력해주고 틔울 수 있게 만들어준.
그런데 한 가지가 더 있다. 스탠리 역시도 누군가에게는 보 크루스였다는 것. 애초 구단주였던 렉스 메릭이 그를 믿어주지 않았더라면 그가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 보를 만난 이후에도 렉스가 자신을 대했던 것처럼 그를 대해줄 수 있었을까? 악한 것 못지 않게 선한 영향력 역시 대물림 된다. 누군가에게 내보인 선의와 호의는 비록 그걸 내준 만큼 공평하게 돌려 받지는 못할 지라도 결국 언제 어디에선가 싹트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보 크루스를 구원한 것은 렉스 메릭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 발 더 물러서 보면 렉스 위에도 그를 믿어주었던 누군가가 또 있었겠지.
그러니까 인생이란 건 사실상 결국 '그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걸 또 반대로 말하면, 인생이란 건 사실상 결국 '그 한 사람'이 되어주는 일일지도. 든든하게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주인공을 아담 샌들러의 얼굴로 만나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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