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7 13:43

버즈 라이트이어 극장전 (신작)


픽사의 신작들이 개봉될 때마다 명절 잔소리처럼 매번 하는 말이라 나로서도 이제 조금 지치기는 한데, 픽사 새 작품들의 가장 큰 적은 언제나 픽사의 이전 작품들이다.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월-E>, <업>, <몬스터 주식회사> 등, 픽사는 그야말로 극장용 애니메이션 업계의 만신전을 혼자서 만든 스튜디오였으니. 물론 이후 <메리다와 마법의 숲>이라든지 <굿 다이노>, <온워드 - 단 하루의 기적> 같은 범작들을 내놓으며 왕년의 그 기세가 조금 꺾이긴 했지만...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3대가 더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인사이드 아웃>이나 <코코> 같은 걸작 내지는 수작들도 여전히 종종 나오고 있으니, 픽사가 예전 같지 않다고 툴툴 대기는 해도 아주 망했다고 싸잡아 끌어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바로 그 관점에서, <버즈 라이트이어>는 다소 실망스럽다. 애초 버즈 라이트이어라면 <토이 스토리> 1편을 통해 데뷔한 픽사내 말년 벙장 같은 존재 아니겠는가. 그런 캐릭터로 스페이스 오페라 만들겠다 공언 했으니 팬 입장에서 기대를 안 할 수가 있나. 하지만 그 높아진 기대치 때문이었는지 뭔지, 픽사는 버즈를 그저 그런 스페이스 오페라 모험극의 주인공 정도로만 소비하고 만다. 아니, 차라리 처음부터 그저 그런 스페이스 오페라 모험극이란 노골적인 목표로 돌진하면 오히려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결국 <버즈 라이트이어>는 너무 교훈적이라 뻔하다 못해 조금 늘어지기 까지 하는 메시지로 목소리를 드높이며 웅변하는 작품이걸랑. 

버즈는 엘리트 우주탐사대원으로서 스스로의 에고가 깊은 존재로 묘사된다. 언제나 자기 자신만을 믿고 돌진하는 스타일. 하지만 버즈의 그런 면모는 영화 초반부터 동료들 전체를 위험으로 몰고 간다. 그 모든 게 그의 책임이었으니,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버즈의 면모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이어지는 동료들 간의 조별과제 스타일 묘사는 너무 전형적이다.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 동료들을 믿고 하나의 팀으로서 일 하는 법? 다 맞는 소리지... 근데 너무 많이 들어왔고, 그래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던 메시지니까 별다른 흥미가 안 생기는 거지...

예전에 <우주전사 버즈>라는 2D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동일한 캐릭터를 그야말로 전형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모험극의 주인공으로 끌어다앉혔던. 정말로 차라리 그런 오락 영화로써의 포지션이었다면 훨씬 더 만족했을지도. 픽사 기술력이야 대단한 거 이제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니까 거기서 더 할 말이 생기지는 않는 것 같고. 아, 그런 생각은 들었다. 초반에 버즈가 우주선을 광속 운행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의 묘사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 같더라. 근데 이후에 늙어버린 자기 자신을 만나는 장면도 있고... AI 오토파일럿 장치 디자인도 뭔가 HAL 9000스럽고...잘만 하면 어린 아이들을 위한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 조기 교육용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했음. 물론 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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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22/06/20 10:25 # 답글

    말년병장ㅋㅋㅋㅋㅋㅋㅋ버즈하고 너무 찰떡같이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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