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2 14:22

스파이더헤드 극장전 (신작)


바다 건너 외딴 섬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감옥이 존재한다. 저지른 범죄의 경중을 떠나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모여 수감된 사람들. 그것은 바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신약 개발의 모르모트가 되는 것이었다. 처음엔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죄책감으로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 말하던 제프, 그러나 실험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는 이 모든 것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그 의문의 칼날이 향하는 곳은 결국, 그 의중을 알 수 없이 친한 척만 엄청 하는 이 모든 것의 관리자 스티브일 수 밖에. 


스포일러헤드!


자, 지금은 무려 2022년. 우리는 이런 설정을 가진 영화와 드라마들을 지금까지 꽤 많이 봐왔다. 어쩌면 이제 뻔하게 까지 느껴지는 이야기란 소리. 그런데 넷플릭스도 그걸 몰랐을까? 영화를 만든 제작진도 그걸 몰랐을까? 아니,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겠지! 그러다보니 관객으로서 기대하게 된다. "이 뻔한 이야기를 2022년 들어 다시 하고 있단 건 분명히 우리가 아직은 알지 못하고 있는 큰 한 방이 있단 소리겠지?!"

개뿔.

결론부터 말하면 불행히도 그런 거 없다. 영화는 그냥 뻔한 길만을 간다. 계속 과거 회상으로 주인공인 제프가 지은 죄를 묘사하는 방식? 아, 후반부에 뭔가 비밀이 밝혀지겠네. 아내와 통화하려는데 그녀의 얼굴이 자꾸 안 나오는 걸로 봐서는 제프가 실수로 아내를 죽였을 수도? -정답! 크리스 햄스워스가 연기하는 스티브는 참 친근하고 유쾌한 인물이네. 근데 보통 이런 영화에선 저런 애들이 나쁜놈이잖아? -정답! 아, 제프와 사랑에 빠지는 리지도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스스로를 무너뜨릴 만한 죄를 지었던 게 틀림없어! -정답!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점점 김이 빠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희망이 남아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 모든 실험의 이유에 대한 미스테리! 와, 대체 스티브는 왜 이런 실험들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뭔가 모종의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 그것도 지금까지 우리 중 그 누구도 감히 생각 못했던 이유가 말야! 분명히 뭔가 대단한 음모가 있을 거야! -여기서 우리는 처음으로 오답처리를 받게 된다. 알고보니 그 이유, 그냥 말 잘 듣는 인류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 ......이거 그냥 오지 오웰의 '1984'잖아?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대한 비전이 문화계 전반에 영향을 드리운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미 이런 모티프를 다뤘던 영화들이 많다고. 그런데도 <스파이더헤드>는 2022년 이제 와서 뒷북을 친다. 심지어 제대로 친 것도 아냐. 왜 전 인류를 길들이고 싶었는지, 그 목적이야 뻔하지만 그래도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딴 거 없음. 설명 제대로 하지도 못함. 영화는 그냥 외딴 곳에서 <엑스페리먼트>를 찍고 싶었을 뿐. 

조셉 코신스키는 최근 <탑 건 - 매버릭>으로 엄청난 홈런을 날렸던데, 그 사이 왜 이런 영화를 찍고 있었을까. 도대체 어디에 끌려서? 전작인 <트론 - 레거시>나 <오블리비언>에서 처럼 엄청난 CGI 미학을 선보일 수 있는 영화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화려한 액션성이 있는 영화도 아니었는데. 생각할 수록 괴상한, 도대체가 왜 2022년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잘 안 가는 영화. 하긴, 제작 배급사가 넷플릭스니까 그냥 또 어설프게 투자 한 건 한 거 아니었겠나.

덧글

  • 잠본이 2022/06/24 12:59 # 답글

    용돈벌이로 쉬엄쉬엄 만든걸까요?
    헴식이의 악역연기는 좀 보고 싶어지긴 한데 하필 상대가 드럼치는 리드리처즈(망했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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