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대 후반의 문화를 주도한 영화이자 톰 크루즈라는 향후 할리우드의 30여년을 책임질 배우를 청춘 스타로 발돋움 하게끔 만들어준 작품. 미국 최고의 국뽕 영화. 하지만 내게는 그리 소중하지 않았던.
그러니까, 내게는 일종의 양두구육 같은 영화였던 셈이다. 화려한 기동의 전투기 액션을 보고 싶었던 것인데, 정작 그 부분에서는 동선이나 스펙터클 등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였었다. 근데 사실 그 부분 관련해서는 내가 좀 양보해야하는 게, 그 생각하며 이 영화 처음 봤던 게 2000년대 초중반 쯤이었기 때문. 2000년대 중반 때도 <탑 건>은 이미 고전 아니었겠는가. 하여튼 한창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을 보며 자라고 있던 내게 <탑 건>은 고리타분한 영화처럼만 보였던 것이다.
근데 그걸 감안하고 보아도 좀 난감한게, 당시 기술로는 엄청난 항공 촬영이었던 것 빼고 보면 확실히 액션은 별게 없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전투기 콕핏의 근본적인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적기와 교전하고 있는 구체적 내용이 잘 안 보여. 조종사들은 양쪽으로 고개 돌리는 걸로만 적기의 방향과 상황을 표현해 연기하고. 그걸 와이드한 쇼트들로 종종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게 썩 재미있었다고는 못하겠다.
여기에 영화의 나머지를 채우고 있는 것은 몽땅 청춘 드라마. 그 자체로 충분히 볼만하고, 또 멋진 배우들의 왕년이 잔뜩 전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지금에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 난 이 영화 전투기 액션 기대하고 봤었단 말이다. 그런데 정작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건 그 태반이 청춘 드라마잖아. 게다가 그 안에서의 갈등이나 관계가 재밌었으면 또 몰라...
하여튼, 결과적으로는 내게 톰 크루즈의 젊은 시절만을 각인시켜낸 작품. 항공 액션으로는 선구자라는 거 빼면 생각보다 별 거 없다 생각함. 하지만 '청춘'이라는 두 글자를 그냥 그대로 영화화한 것 같단 느낌은 든다. 찬란한 무모함으로 영원히 젊을 영화. 그런데 정말로 무서운 건, 그 주연배우라는 사람이 진짜 그 '청춘'을 유지해버렸다는 거... 찬란한 무모함으로 결국엔 아직까지도 젊은 상황이라는 거...
덧글
잠본이 2022/06/27 18:00 # 답글
2022/06/28 03:0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rumic71 2022/06/28 11:20 #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