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8 13:19

탑 건 - 매버릭 극장전 (신작)


30여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건만, 아주 세련된 이야기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옛 동료가 남긴 아들을 제자로서 키워내려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 옛날 무협지와 일본의 여러 애니메이션들 속에서 숱하게 반복되어 왔던 것이다. 여기에 베테랑이 초심자들을 훈련시키고 가르쳐낸다는 핵심 줄거리 역시 토니 스콧의 전편에서 똑같이 써먹었던 것. 때문에 <탑 건 - 매버릭>은 전편의 영광을 등에 업고 만들어진 고리타분한 속편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얇다고 해서 그것이 물러 터졌다는 소리까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21세기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나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역시 그 줄거리가 단순했던 건 매한가지 아니었던가. 뻔하고 전형적이되 안일하지는 않은 속편. 별 거 없어 보여 그렇지 오히려 이야기는 더 단단한 속편. <탑 건 - 매버릭>의 장점은 주력으로 홍보되고 있는 그 스펙터클에만 있지 않다. 

그러니까 이야기가 단순하다는 거지, 나쁘다는 게 아니라는 거다. 영화는 오히려 누구나 공감할 법한 사랑과 우정, 헌신에 대한 이야기로 관객들을 휘어잡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놀랍도록 적확한 톰 크루즈의 클로즈업이 있다. 맞다, 톰 크루즈 이야기를 해야한다. 그중에서도 이미 유명한 그의 스턴트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 주연배우이자 스타로서 이야기를 온전히 책임지는 그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만 할 것이다. 블록버스터 전문 수퍼 스타로 인식되어 있어 그렇지, 사실 톰 크루즈는 정말이지 뛰어난 연기자다. <7월 4일생>이나 <매그놀리아>, <우주전쟁>에서의 진중한 모습은 놀라웠다. <트로픽 썬더>에서의 코믹한 모습은 오히려 그의 용기를 입증했다. 여기에 <락 오브 에이지>에서의 뮤지컬적 면모는 이 사람이 얼마나 다재다능한 배우였는지를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시켰다. 그리고 <탑 건 - 매버릭>을 통해 톰 크루즈는 다소 저평가 되어 있던 스스로의 연기력을 또 한 번 입증시켜낸다. 창밖 멀리서 자신의 옛 동료가 남긴 아들을 바라볼 때 지었던 그의 아련하고 슬픈 표정. 첫사랑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며 지었던 기쁘고 애틋한 표정. 좁디 좁은 전투기 조종석 안에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지었던 간절하고 공포스런 표정까지. 톰 크루즈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이 인물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관객들에게 소곤소곤 말해주는 배우의 연기력이란 이런 것이다. 

조금 뒤늦었지만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스펙터클에 대해서도 말 해야하겠지. 실제 전투기를 운용하며 담아낸 액션 방식은 가히 놀랍다. 물론 토니 스콧의 전편 또한 어느정도 노력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1986년의 <탑 건>은 그 갖은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전체 전황을 관객들에게 전달시켜내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그에 비한다면 <탑 건 - 매버릭>은 상전벽해의 느낌을 준다. 실제로 촬영해 얻은 현실감은 물론이고, 전투기들의 동선과 그 전투 안에서의 상황 등을 관객들에게 요목조목 잘 짚어준다. 여러대의 전투기가 여러 요격 미사일들을 피해 요리조리 날아다니며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영화임에도 관객들은 길 잃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전투 장면이 좀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 싶지만 그것은 정말로 꼬투리 잡은 것일 뿐, 이미 그 자체로 경이롭다. 안 그래도 최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보며 그런 아쉬움을 토로 했던 적이 있었지, 실제 로케이션에서 촬영 했던 시절에 비해 그린 스크린을 둘러 만들어놓은 CGI 배경은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그 CGI의 퀄리티가 제아무리 최상이라 할지라도, 가짜 배경 앞에서는 액션 뿐만이 아니라 단순한 대화조차도 어찌 되었든 모두 허무하게 다가온다고. 그런데 <탑 건 - 매버릭>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실제 배경 앞에서 벌어지는 실제 액션을 담음으로써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 다시금 경외심을 갖도록 만든다. 아, 할리우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었었지. 화려하고 세밀한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로 전투기를 띄우고 실제로 박살내는 그런 감각이 바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그것이었었지. 그저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결과론적으로는 드라마와 스펙터클 모두 다 뛰어난 영화인 것이 사실이고, 단점이 아주 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장점이 더 많아 좋게만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렇듯 좋은 부분들에 대해서만 요목조목 더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돌고돌아 다시 한 번 톰 크루즈 이야기를 함으로써 마무리 짓는 게 좋을 것 같다. 

영화 역사에는 종종, 하나의 캐릭터로 오랫동안 살아온 배우들이 존재한다. 록키 발보아와 존 람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실베스타 스탤론이 그렇고, 인디아나 존스와 한 솔로로 지내온 해리슨 포드 역시 그러하며, T-800이라는 이상한 명칭으로 불려온 아놀드 슈워제네거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렇게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 됨으로써 영생을 얻었다. 그리고 톰 크루즈 역시 그러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배우들에 비해 피트 미첼, 그러니까 통칭 매버릭이란 이름으로 톰 크루즈가 얼굴을 비춰온 횟수는 현저히 적다. 오히려 그의 대표 얼굴이 되어준 것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이단 헌트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단 헌트는 몇 년에 한 번씩 꾸준하게 우리를 찾아와 주었으니. 하지만 그래서였을까? 3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만난 매버릭의 모습은 그래서 더 아릿한 듯 하다. 우리가 오래도록 보아오지 못했던 그 얼굴, 매버릭. 그러면서도 우리가 오래도록 보아왔던 그 얼굴, 톰 크루즈. <탑 건 - 매버릭>은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젊을 할리우드 최후의 수퍼 스타, 톰 크루즈와 그의 매버릭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더 데려다주었다. 그래서인지 선글라스를 낀 매버릭이 페니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며 데이트를 즐기는 잠깐의 장면에서 나는 아주 잠시 눈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아-, 당신은 아직도 그대로시군요. 당신은 여전하시군요. 그렇다면 나도 당신따라 아직 그대로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아직 여전하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스크린에는 담기지 않았던 매버릭의 30여년 세월이 우리가 모르는 저 어딘가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것만 같아 아련해져 괜시리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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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AGA 2022/07/09 16:39 # 답글

    옛 추억에 잠기게 해준 영화랄까요. 멋진 완성도까지 갖춰서 추억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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