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5 15:11

친절한 금자씨, 2005 대여점 (구작)


박찬욱 필모그래피 깨기 6탄. 

교도소에서 복역 하던 중 만난 이들의 도움을 받아 출소 하자마자 복수 계획을 가동시키는 주인공. 이야기의 재미 여부나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후반부 금자의 태도는 놀랍도록 소름끼친다. 열에서 스무명 정도를 묶어 함께 관광버스 타고 떠나는 패키지 여행 상품처럼, 이른바 금자의 복수 패키지 상품은 그 목적이 이해는 가나 어쩌니 저쩌니 해도 소름끼친다. 복수의 대상이 된 백한상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가 가지. 하지만 그 복수의 쾌감과 책임을 다른 피해자들과 나눠진다? 이우진의 복수 역시 객관적으로 끔찍하기는 매한가지였음에도, 그나마 그건 오대수라는 오직 한 사람을 상대로 한 이우진 한 사람만의 복수였잖나. 그런데 금자는 그걸 돈만 안 받았다 뿐이지 다른 사람들에게 파는 것처럼 보여 더 무섭다. 오대수가 15년동안이나 갇혀있던 사립 감옥과 함께, 금자의 복수 패키지가 실제 암흑가에서 성행 하지는 않을까 존나 두려워진다. 

더 무서운 건 영화와 이금자의 최후 태도다. <복수는 나의 것>의 박동진은 복수를 이룬 뒤 그 스스로조차도 다른 복수의 대상이 되어 죽음을 맞는다. <올드보이>의 이우진은 몇십여년에 걸쳐 계획한 복수를 완성함으로써 삶의 유일했던 목적을 잃고 허망함을 느낀다. 두 영화 모두 과정의 통쾌함은 어찌 되었건, 복수 끝엔 언제나 또다른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결말을 지었다. 반면 <친절한 금자씨>와 주인공 이금자는 복수를 일종의 구원으로 본다. 그를 위해 <복수는 나의 것>의 류나 <올드보이>의 오대수에게 사연을 나름대로 구구절절하게 주었던 것과는 반대로, 백한상은 그냥 죽어 마땅한 놈 정도로만 캐리커쳐 되어 표현된다. 뭐, 그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닌데... 소름 끼치는 복수 패키지 상품으로 고문 퍼레이드 벌인 뒤에 스스로의 구원에 다가갔다는 전개가 그냥 좀 무서웠음...

여러모로 완성형 기획이었다.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로 남성 캐릭터의 복수극만 다뤘던 박찬욱이 새롭게 런칭한 여성 복수극.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에 자신을 거기까지 몰고 간 상대를 찾아 복수한다는. 거기에 그 계획을 위해서 다른 이들에게 친절히 군다는 컨셉까지. 그런데 그 캐스팅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영애야. 개봉 당시 이걸 안 보고 베길 수가 있냐? 하지만 놀랍게도 그 결과물은 아쉽게만 느껴졌다. 복수를 대하는 태도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영화 전체가 좀 잡다한 느낌이었음. 예전에 처음 봤을 적만 해도 재밌었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어째 마냥 산만하게만 느껴지네. 아니면 내가 그냥 산만해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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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AGA 2022/07/09 16:31 # 답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에서 복수의 광기가 다른 두 작품에 비해서 조금 덜했다라는 느낌을 받았더랬죠. 그래도 복수 3부작 답게, 백선생에게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보여준 광기에선 역시...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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