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3 13:03

미친 능력 극장전 (신작)


나는 언제나 부서진 사람들에 더 끌려 왔고 그래서 그런 이를 담아내는 영화들에 더 감응해왔다. 그런 와중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니콜라스 케이지로 나오는 영화라니. 화려했던 왕년과 소수의 컬트들에게만 인정받았던 근년을 모두 가진 대배우의 자기비하적 막가파 개그. 메타 영화인 <미친 능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반짝반짝 빛나고 재미있어 보였다. 영화를 보기 전 나의 마음가짐이 바로 그랬기 때문에, 영화를 본 이후 지금으로써는 기어코 이런 말을 입밖으로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어디에 간 적도 없었던 당신에게, 영화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미친 스포!


배우 본인은 영화 바깥에서 적당히 선을 그었지만, 그럼에도 <미친 능력> 속 니콜라스 케이지는 정말로 니콜라스 케이지처럼 보인다. 연기에 대한 열정도 있고 능력도 있는데, 때때로 확 저질러 버리는 여러 기행들 덕택에 괴상한 아우라가 생긴 사람. 바로 그렇기에, 영화의 몇몇 장면들은 더 힘을 얻는다. 지금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왕년의 니콜라스 케이지와 조우해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예컨대 그렇다. 그외에도 <패딩턴2>를 보며 남몰래 눈물 흘린다거나 <페이스 오프> 속 자신의 모습을 본뜬 조형물을 보며 짓는 표정들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연출이 그걸 제대로 수식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 상식적으로, 실제 현실에서 '전성기가 지난 왕년의 스타' 정도 취급을 받고 있는 대배우를 캐스팅 해놓고 몰락한 자신의 커리어와 가족 관계 뒤켠에서 끙끙 앓으며 우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아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면 그 부분에서 정말 열과 성을 다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헌데 지금 그 장면은 담고 있는 함의에 비해 그 어떠한 감정도 파워풀하게 전달해내지 못하고 있다. 호텔 복도 한 쪽에 앉아 자신의 현재 처지를 비관하고 있는 케이지의 모습이 핵심인데도, 카메라는 그를 관조적으로 저 멀리에서만 담고 있다. ......저기 미안한데, 지금 이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인물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 순간이라고!

이런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니다. 총을 들고 자신을 위협하고 있는 클라이막스 속 진짜 범죄자들 앞에서도 니콜라스 케이지는 특유의 광기어린 연기를 선보이며 자조적인 대사를 울부짖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담은 영화 속 영화의 상영회 안에서는 페이소스 가득한 얼굴을 지었어야만 했지. 하지만 영화는 그런 좋은 기회들을 모조리 다 놓쳐버리고 만다. 자신의 모든 걸 내려놓고 참여한 니콜라스 케이지 앞에서 대체 이게 무슨 짓거리냐.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는 최소 명작 정도 되는 퀄리티로 나왔어야 했다고...

페드로 파스칼이 연기한 니콜라스 케이지의 광팬, 하비라는 캐릭터는 진짜 무기밀매상 두목으로 나왔어야 했다고 본다. 그래야 니콜라스 케이지의 지난 액션 영화들도 더 본격적으로 오마주할 수 있었겠지. 아니, 다 떠나서 그런 설정이어야 후반부 <페이스 오프> 패러디하는 부분이 더 힘을 받았을 것 아니겠나...

여러모로 제목따라 미친 기획 같았던 영화. 그래서 미친 재미도 보장해줄 줄 알았건만, 정작 나온 영화는 주연배우의 위신만 땅에 떨어뜨린 셈이 되었다고 본다. 아... 정말이지 암만 생각해도 아쉽다.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있어서는 <피그>에 이어 진짜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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