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9 21:40

화성 침공, 1996 대여점 (구작)


재밌는 사실 하나. 롤랜드 에머리히의 외계인 침공 블록버스터였던 <인디펜던스 데이>와 <화성 침공>이 개봉된 해는 1996년으로 같다. 아, 이미 다들 알고 있을 만한 사실이라 별 재미는 없나. 하여튼간에 동시기 제작되고 개봉된, 그러면서도 외계인 침공이라는 주 소재가 똑같은 두 영화가 서로 전혀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히 재미있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일종의 엘리트주의가 깃들어 있는 액션 영화였다.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들이 다 그렇지 않냐-라고 하면 할 말 없긴 하지만, <인디펜던스 데이>는 유독 그게 더 심했던 느낌. 아니, 백만장자 플레이보이가 철갑옷 두르고 지구를 구하는 것이나 천둥신이 우주를 수호하는 것 따위는 그래도 어느 정도의 허용 범위 안에 들어오는 느낌이잖아. 근데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는 무려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몰고 지구를 구한다니까? 

미국의 대통령과 과학자, 용맹한 군인 등이 미국을 넘어 전세계를 구원했던 롤랜드 에머리히 식의 비전과 비교해, 팀 버튼의 <화성 침공>은 그에 대한 완벽한 안티테제처럼 보인다. 미국의 대통령은 그릇된 판단력에 특유의 게으른 순진함으로만 점철된 무능력한 인간으로 그려지며, 과학자는 잠깐 똑똑해보이지만 결국엔 피어스 브로스넌 얼굴을 한 느끼한 바람둥이일 뿐이다. 여기에 용맹했던 군인은 바로 화성발 요단강 열차 잡아타는 것으로 묘사되고... 이러니 <인디펜던스 데이>와 비교를 해, 안 해?

이러한 특유의 악동적 면모와 잭 니콜슨 등의 캐스팅을 제외하면, 팀 버튼의 전기 작품들 중 유독 이질적인 영화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동안 그가 지구 바깥에서 온 외계인 등을 다룬 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이 세상을 구하는 게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변방의 시골뜨기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너무나도 팀 버튼스럽다. 무시받고 천대받던 존재들의 지구 수호기. 도넛과 할머니를 챙기던 차남과 가족 하나만 보고 주먹으로 화성인들 두들겨 패던 한물간 챔피언은 그렇게 지구 위에 바로 선다. 이게 팀 버튼식 이야기가 아니면 무어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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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걸 고예산으로 밀어붙인 게 롤랜드 에머리히의 &lt;인디펜던스 데이&gt;인 거고, 또는 설정만 유지한채 완전 반대의 방향으로 비틀어 버린 게 팀 버튼의 &lt;화성침공&gt;일 것. 그리고 이 영화의 영향을 받은 외계인 침공 영화들은 비단 이 두 편만이 아닐 거고. 제작되고 개봉된 당시의 상황 때문에 항상 제 2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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