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0 14:14

로스트 도터 극장전 (신작)


우리들이 믿고 따라가야할 주인공 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레다의 과거에 짜증이 치밀게 된다. 육아? 물론 힘들지. 그걸 두고 이른바 '어머니들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마냥 위대하다 칭송하며 모성 신화를 굳이 더 추켜세워줄 필요는 없다는 거 잘 알겠어. 우리네 엄마들도 각자 자기들만의 삶을 살고 싶었을 테니까. <82년생 김지영>이 말했던 것처럼, 엄마도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의 꿈에 조금씩 더 다가가고 싶었을 거란 것 또한 잘 알겠어. <케빈에 대하여> 마냥 자식에 저당잡혀 버린 삶의 무게에 몸서리치는 엄마 모습 잘 알겠다고. 근데 그런 것들을 다 이해한다 치더라도 레다의 태도는 너무나 이기적이다. 두 딸들을 키우며 질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어디 화장실에라도 들어가 몰래 하는 게 아니라 거의 대놓고 날 좀 보소-라고 외치는 듯한 자위 행위는 보는 관객의 얼을 쏙 빼놓는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외도와 가출... 아니, 그렇게 가출 하고 싶었으면 최소한 <엄마가 뿔났다>의 주인공처럼 가족들 다 모아두고 1년만 나가 살겠다 공표를 하든가... 그렇게 그냥 아무 말도 없이 나가버리는 게 어디 있어...

하지만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다. 레다의 그 과거는 결코 바꿀 수 없는 상태로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더 레다가 반성할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자신의 옛 처지를 떠올리게끔 만드는 새 친구에게 너만큼은 그러지 말라며 조언을 해줄 줄 알았다. 그치만 레다는 오히려 그완 정반대로 행동한다. 자식들이란 끔찍한 부담일 뿐이라고 나지막히 읊조리며 끝까지 그 새 친구의 일탈을 응원하고 지원한다. 심지어는 그 새 친구와의 관계가 실시간으로 파탄나고 있는 상황에서 조차 말이다. 

내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다면 반성적 태도를 취했겠지만, 실제 주인공으로서는 레다가 그런 태도를 취하지 않아 오히려 특유의 풍미가 더 진해지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그같은 태도가 모성 신화에 완전히 반하는, 여성주의적인 태도에 더 가까웠다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진짜 엄마'의 모습을 탐구하는 영화였다면 봉준호의 <마더>가 아닌 다음에야 인물의 그런 모습이 마냥 얄밉게만 그려지진 않았겠지. 하지만 한 명의 인간, 하나의 개인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시작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모성처럼 신화화 된 개념으로부터 완전히 반대로 떠나 여성으로서의 한 개인에 집중하는 작품. <로스트 도터>의 진가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올리비아 콜맨 연기가 너무 좋다. 한껏 자유롭다가도 과거의 망령에 다시 사로잡힌 듯한 표정까지 모두가 생생하기만 하다. 여기에 상대 남성을 유혹하고자 옷매무새 고쳐 입는 순간의 디테일도 귀엽고. 그리고 에드 해리스는 출연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등장해 깜짝선물 같은 행복감을 남긴다. 근데 최근 <탑 건 - 매버릭>에서도 그렇고 왜 이렇게 특별출연 전문 느낌으로만 가고 있는 걸까 궁금. 

매기 질렌할 첫 연출작이라 놀랐다. 앞으로 영화 잘 찍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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