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6 21:12

외계+인 1부 극장전 (신작)


신선한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펄프 픽션>을 통해 타란티노가 증명해냈듯 전통적인 기승전결을 뒤섞는 방식도 있을 것이고, <케빈 인 더 우즈>로 말미암아 드류 고다드가 해낸 것처럼 잘 나가던 이야기를 갑자기 생뚱맞은 곳으로 팍 꺾어내는 방식도 있을 테지. 그리고 하나 더. 최동훈은 <외계+인 1부>를 통해 전혀 다른 장르와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는 둘을 하나로 단일화해내 그 신선함을 창조해내려 한다. 이야~, 외계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SF와 고려 말을 배경으로 도사들이 뛰어다니는 사극 판타지의 결합이라! 근데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어째 영화가 신선해지기 위해 신선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인가. 

그러니까, 시나리오를 쓰다보니 신선해진 경우가 아니고 오직 신선하기 위해서만 조합한 것처럼만 느껴져 그 노골성에 거부감이 든다는 말. 사실상 영화의 과거 시점 배경은 고려든 조선이든 일제시대든 하등 상관이 없었다. 어쨌거나 골라잡은 그 고려 시대가 꼭 현대 시점과 엮일 필요 역시 이야기적으로는 전혀 없었고. 

게다가 설정도 이상하다. 외계인이 무슨 동네 마실 나가듯이 지구 왕래하는 건 장르적으로 이해가능하다. 고려 시대 도사들이 각종 도술로 악당들 때려잡는 것 또한 최동훈이 <전우치>의 감독이었으니 이해되는 부분이고. 하지만 영화는 이야기의 시발점이 된 가장 기초적인 설정 그거 하나를 제대로 납득시켜내지 못한다. 외계인은 왜 굳이 이역만리 지구까지 와 인간의 몸에 외계인들을 가둬두는 거란 말인가. 지구 말고 근처의 다른 행성에 유배 시켰어도 되잖아. 아니면 모성에 감옥 하나 그럴 듯하게 만들던가. 우주선 기술력 보니 기깔나는 감옥 한채 짓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은 기술력이던데. 그리고 왜 하필 지구의 인간들 몸속이야? 아~, 지구의 대기는 그들 모성의 대기와 달라 인간의 몸속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서? 그니까 그 설정을 왜 집어 넣었냐고.

<승리호> 때도 언급 했던 부분인데, 기술력은 이제 할리우드 따라잡을 정도로 훌륭하지만 여전히 뭘 그려야 할지는 몰랐던 모양이다. 크레파스 사고 그 파지법까지 익히면 뭘해, 정작 뭘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해봤는데. 그러자니 엇비슷한 모양새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베낄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보다보면 가드의 디자인에서 MCU의 아이언맨을 안 떠올릴래야 안 떠올릴 수가 없고, 세로로 길게 주차된 외계인 우주선에서 <컨택트>의 외계 우주선을 안 떠올릴 수가 없고, 외계 비행선 형태에서 자동차 형태를 가루로 갈아 섞은 듯 오가는 썬더의 모습에서는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를 안 떠올릴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건 아무래도 <맨 오브 스틸>인데, 저번 <백두산>에서도 그렇고 충무로의 영화인들은 그 영화를 참 좋아하는 구나 싶다. 거대한 외계 우주선이 서울 상공을 가로지르며 빌딩들을 마구 부수는 이미지가 딱 <맨 오브 스틸>의 그것이다. 여기에 지구 대기를 테라포밍 시키겠다며 우주선 파킹 시켜놓고 파괴적인 형태로 대기질 바꾸는 건 딱 조드 장군 전법. 물론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만들며 기성 영화들을 레퍼런스 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마 나였어도 <맨 오브 스틸>과 <아이언맨> 이미지 따와 연구했을 테지. 하지만 일반 관객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내내 그 레퍼런스들이 노골적으로 나열될 정도면 좀 심한 거 아니냐는 거다. 도대체가 이 영화만의 미학이 뭔지 잘 모르겠다.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도술 이미지는 그래도 좀 신선하지 않냐고? 십여년 전 <전우치> 시절부터 꾸준히 닦아왔던 이미지라면 또 모르겠는데 이제는 묘하게 중국 블록버스터부터 떠오르더라.

사적인 감정 모두 배제하고 임무에만 충실하잔 태도를 가진 외계인 교도관이 왜 과거에서 데려온 어린 아이의 육아를 그냥 쿨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예쁜 얼굴을 했다지만 최근 딱 두 번 만난 의문의 여인네를 구하고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역주행을 벌이는 도사는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지, 소지섭의 얼굴을 한 경찰은 대체 얼마나 얼빠진 인간이길래 처음 보는 소녀 앞에 경찰 신분증까지 꺼내 보이며 허세를 떠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것들 투성이. 최동훈 특유의 찰진 맛은 대체 어디로 간 건지. 아마 그게 제일 큰 의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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