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6 21:19

미니언즈2 극장전 (신작)


영화가 개그 콘서트 같다. 그저 미니언들의 귀여움 잔뜩 묻은 슬랩스틱 꼭지들을 보여주기 위해 성의없이 봉사하는 이야기 전개. 꼬마 그루고 뭐고 사실 다 필요 없었던 것이다. 그저 미니언들이 앞뒤 안 가리고 활개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을 뿐. 

전편도 딱히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의미에서 일말의 유리함이 있었다. 그 영화엔 그루가 없었잖아. 악당도 있고 조력자도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미니언들이 대부분의 이야기를 끌어가기는 했었잖아. 그러나 속편인 <미니언즈2>엔 바지 사장처럼 세워놓은 주인공, 꼬마 그루가 존재한다. 앗쌀하게 미니언들 이야기만 팠으면 또 몰랐겠는데 여기에 꼬마 그루까지 챙겨줘야하다보니 이야기가 참으로 질질 끌림. 근 10년동안 극장에서 정말로 많은 영화들을 보아왔는데, 보는동안 한 두차례 꾸벅 졸게 만든 영화는 <미니언즈2>가 처음이었다. 뭐, 그 날 따라 컨디션이 안 좋기도 했지만. 

언제까지 장기자랑 릴레이로 떼울 셈인가 심술을 부려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말썽쟁이지만 귀엽기도한 이 아이들을 내가 감당 못해내고 있는 것 같아 뜨끔. 아직 내가 채 경험해보지 못한 '육아'란 세계를 극장에서 잠시나마 맛 본 것만 같다. 나는 졸려 뒤질 것 같은데 내 품에 안긴 애들은 울고 불고 떼쓰고 사방팔방 다 어지럽혀. 근데 나는 그걸 참고 막고 버텨야 돼. 그 꼴이, 딱 이 영화 볼 때의 내 모습 같았다. 극장에서 나가고 싶었는데 차마 못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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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질 끄는 것보다는 차라리 빠른 게 낫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너무 서두른단 인상이 강해 영화에 진득하게 이입하기 어려워진다. 실상 그냥 딱 &lt;미니언즈&gt; 정도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닌텐도로써는 아주 큰 성공이 아니었을까. 현재 영화가 세우고 있는 기록적인 흥행 성과도 물론 그렇지만, 영화를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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