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7 14:39

물랑루즈, 2001 대여점 (구작)


<로미오+줄리엣>이 금가루 미장센이었다면, <물랑루즈>부터 바즈 루어만은 폭죽가루 미장센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이미지가 팡팡 터지고, 콸콸 흐른다. 더불어 이후 만들게 된 <오스트레일리아>와 <위대한 개츠비>까지 함께 돌이켜보건대, 감독 특유의 소재와 그 취향이 조금씩 더 드러나기 시작한다. 남자 주인공의 적극적인 내레이션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라든지, 이뤄질듯 안 될 듯 하다 끝내 비극적으로 끝나버리는 두 연인의 사랑 역시 그렇다. 

<로미오+줄리엣>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현대 배경으로 끌고 왔던 바즈 루어만. 이에 이어 <물랑루즈> 또한 과거와 현대를 재조합 해낸다. 시대적 배경은 20세기 극 초반 1900년인데, 나오는 음악들은 대부분이 다 20세기 극 후반 팝들. 여기서 오는 잔재미가 있다. 유명 곡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커버해 무대 꾸미는 가수들 보는 느낌. 확실히 바즈 루어만에겐 감각적인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웃긴 게, 단점도 <로미오+줄리엣>이랑 똑같아. 아니, 오히려 한 술 더 떴어. 모든 게 다 너무 과잉이란 생각이 여전히 드는 것이다. 영화의 세트와 분장, 의상도 과해. 특수효과와 무대도 과해. 시도 때도 없는 슬로우모션과 빠른 호흡의 편집도 과해. 영화를 보는동안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았음에도 뭔가 과식한 느낌이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바즈 루어만 의외로 마이클 베이랑 말 잘 통할지도 모른다니까?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만의 젊은 날 보는 거 재밌다. 그런데 감독의 전작에 이어 여기서도 나왔던가 싶었던 존 레귀자모의 재등장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 양반 초창기엔 바즈 루어만의 페르소나였구만? 짐 브로드벤트도 나왔었고... <300>의 애꾸 눈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웬햄도 나온다. 아마 이 양반은 감독의 이후 작품인 <오스트레일리아>에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세계'란 포스터의 카피는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너무 화려해 눈이 아프고 귀가 아팠을 뿐... 이미 배불러 죽겠는데 시골 할머니 마냥 고봉밥 하나 더 얹어주는 바즈 루어만의 극한 인심. 문제는 그게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콩밥이었다는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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