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7 15:53

위대한 개츠비, 2013 대여점 (구작)


장편 기준 바즈 루어만의 다섯번째 영화로, 그가 이전에 만들었던 영화들과 몇가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극중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의 목소리로 내레이션이 진행된다는 점이나 감질나게 진행되던 두 남녀 간 사랑이 끝내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는 점 등이 그렇다. 하지만 그중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영화를 일순간 파티장으로 만들어버리는 과잉의 미학. 그런데 이전 영화들에서는 마냥 힘들게만 느껴졌던 그 과잉이, <위대한 개츠비> 들어서는 뭔가 알맞게 여겨진다. 그것은 이야기 자체가 환락 한 가운데에서 놓쳐버린 사랑이란 환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 그야말로 감독 맞춤형 원작이라 할 수 있겠다. 

앞서 말한 바즈 루어만의 핵심적 스타일들 중, 내레이션과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은 그가 어디에 천착하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예컨대 내레이션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바라보는 '과거의 일'이고,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은 우리에게 '그 때 그랬더라면...'이라는 감상을 남긴다. 결국 바즈 루어만이 두려워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후회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또 그래서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현재라는 것 역시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위대한 개츠비>는 감독의 그러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그 때 그 순간 눈앞의 데이지를 붙잡을 수 있었건만, 개츠비는 그녀에게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자 관계를 포기해 버린다. 누군가가 들으면 배려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데이지 입장에선 이기적 행보였다. 그리고 결과론적으로는 개츠비 입장에서 역시 미래 비극의 씨앗이 된 선택이었지. 

그래서 개츠비는 자꾸 그 과거를 붙잡아 현재에 다시 놓으려 한다. 과거의 그녀를 현재로 불러내기 위해 주말 밤마다 화려한 파티를 열고, 현재에서 과거를 붙잡아내기 위해 설마 물살에 떠내려 가기라도 할까 매일 밤마다 뷰캐넌 가의 초록 빛을 손으로 움켜쥔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개츠비의 그 욕망은 운명에 뒤틀리고 비틀려 사라지고야 만다. 개츠비는 죽고, 그의 저택은 허물어져 간다. 결국엔 뷰캐넌 가의 초록 빛만 남았을 뿐. 

영화 속 파티 장면이 홍보된 것에 비해 다소 얇고 피상적이란 생각이 들지만, 결국엔 그 허망한 구멍을 배우들이 메워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개츠비로서 영화에 멋을 더한다. 제목에도 자신의 이름을 박은 주인공이건만 그는 영화가 시작되고 30분이 지나서야 처음 등장하는데, 영화의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그가 등장하자마자 알 수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등장하면 그냥 이목이 다 쏠릴 수 밖에 없으니. 이와 더불어 토비 멕과이어와 캐리 멀리건의 연기가 비교적 적확한데, 톰 뷰캐넌을 연기한 조엘 에저튼이 너무나 놀랍다. 예전에 소설 읽으며 상상했던 톰 뷰캐넌의 모습보다 훨씬 더 톰 뷰캐넌스럽다. 이쯤 되면 그냥 톰 뷰캐넌을 위해 태어난 배우 아닌가 싶을 정도. 

<물랑루즈> 때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여도 음악의 활용이 좋고, 아르데카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미술 스타일도 맛있다. 그 둘이 제일 잘 붙는 건 의외로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과 엔딩 크레딧. 특히 The XX의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은 그 자체로 여운을 더해주는 것 같아서 공허한 개츠비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자꾸 자꾸 부추긴다. 

핑백

  • DID U MISS ME ? : 엘비스 2022-07-30 15:50:32 #

    ... 바즈 루어만의 이전 작품들은 여기 -&gt; 스캇 / 로미오 / 크리스티앙 / 드로버 / 개츠비 &lt;보헤미안 랩소디&gt;가 프레디 머큐리를 위시한 퀸을, &lt;로켓맨&gt;이 엘튼 존을 다룬 이야기였다면 &lt;엘비스&gt; 또한 엘비스 프레슬리 ... more

덧글

  • 잠본이 2022/07/28 09:16 # 답글

    알록달록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미술도 분위기를 돋워주더군요.
    에저튼 선생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별쌈옛뎐 프리퀄의 젊은 루크삼촌이라 놀랐던 기억이
    (최근에 오비완 드라마에 재등장)
  • CINEKOON 2022/08/08 16:09 #

    최근 드라마에서 오비완에게 팩트폭행 때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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