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헤미안 랩소디>가 프레디 머큐리를 위시한 퀸을, <로켓맨>이 엘튼 존을 다룬 이야기였다면 <엘비스> 또한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불세출의 아이콘이 된 실존 뮤지션을 다룬 영화로써 기능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최근 바즈 루어만의 필모그래피 속 영화들을 탐험해서였을까, 내게 <엘비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영화가 아닌 바즈 루어만의 영화에 더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자신만의 뚜렷한 색채로 새로운 영화를 들고나온 바즈 루어만의 작가주의. 물론 그러다보니 그 장점은 물론이고 단점까지 고스란히 이어진다.
영화의 핵심 모티프와 그를 옮기는 전개에서 부터 바즈 루어만의 작가주의는 명백하게 드러난다. 스캇과 로미오, 개츠비가 그랬던 것처럼 엘비스는 이 혼란스런 세계 속에서 가장 빛나는 스타다. 그의 무대는 스캇의 춤처럼 열정적이고, 그의 결말은 로미오처럼 비극적이며, 그의 주변 사람들 또한 개츠비가 겪었던 것처럼 허울 좋은 가식 덩어리들로 묘사된다. 여기에 명멸을 반복하며 조금씩 퇴폐적으로 추락해가는 엘비스의 모습은 또한 <물랑루즈>의 크리스티앙 역시 떠올리게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역시 지극히 바즈 루어만스럽다. 극중 인물이 직접 과거의 이야기를 내레이션으로 읊어감으로써 진행되는 플롯. 어느 모로 보나 <엘비스>는 가장 최신의 바즈 루어만 영화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가 갖고 있던 기존의 단점들 역시 <엘비스>에서 똑같이 드러난다. 전반적으로 무척이나 과잉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역시나 가장 큰 단점. 다루고 있는 인물의 생애는 물리적으로 길고 화면과 스피커 곳곳에서 화려한 소품과 번쩍이는 색감, 팡팡 터져나오는 음악들이 영화를 어지럽게 만든다. 거기다 이미 언급 했던 것처럼 이야기도 자꾸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해. 극중 엘비스가 겪고 있는 비극적 상황과는 별개로, 영화를 보는동안 극장에서 손목시계를 자꾸 볼 수 밖에 없었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푸념은 이쯤하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전설적 아이콘을 스크린 상에 불러낸 것 자체는 꽤나 성공적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 앞앞 세대 쯤의 스타인데, 그런 내게도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으니 그 정도면 됐지. 여기에 다소 생소한 얼굴인 오스틴 버틀러는 접신이라도 한양 말그대로 불꽃처럼 산화해버리는 연기를 보여 준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이후 꽤 오랜만의 악역인 듯한 톰 행크스의 악덕 매니저 연기도 일품. 영화의 후반부 들어서는 그 매니저 정말로 찢어죽여버리고 싶어지더라. 그와중 친아들 못챙기고 어버버하는 아버지는 덤으로 같이 순장하고 싶어졌음.
돌이켜보면 프레디 머큐리도 그랬고, 엘튼 존도 그랬었다 했다. 롤러코스터를 탄듯 위아래로 휘몰아치는 인생에서 유명해지면 유명해 질수록, 성공하면 성공 할수록 주위의 사람들은 껍데기만 남는다고. 그리고 그게 어디 비단 인기 뮤지션들의 인생만 그랬으랴. 인물 자체에 대한 호오를 떠나서 <소셜 네트워크>의 마크 주커버그 또한 마찬가지의 결말이었잖아. 그래서 이런 영화들 볼 때마다 느끼는 것. <소셜 네트워크>의 포스터 카피 마냥,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게 되면 적들이 생긴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존나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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