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31 17:01

썸머 필름을 타고! 극장전 (신작)




유아부터 청소년, 심지어는 성인이 된 사회 초년생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즐겨 보아왔던 성장 영화들 속 어린 주인공들은 언제나 자신의 미래를 궁금하게 여겨 왔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인간은 언제나 미래를 궁금해하는 존재이고, 그중에서도 모든 것이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어리고 젊은 시절에 그같은 호기심이 최고치를 찍는 것 말이다. 하지만! 하지만... 미래를 아는 것이 언제나 마냥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래 나의 모습과 나의 결말을 아는 일.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지금 바로 이 순간 자신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썸머 스포를 타고!


미래에서 온 소년이 말한다. "감독님은 미래에 거장이 되실 거예요. 저는 당신의 팬입니다. 당신의 영화라면 모두 봤어요. 데뷔작 딱 한 편만을 빼고..." 그 말을 들은 소녀는 좋아하기는 커녕 극심한 혼란과 우울에 빠진다. 물론 거장이 될 거라는 자신의 운명 보다는, 영화라는 매체가 사라진다는 비보에 더 슬퍼한 게 맞다. 그리고 미래의 영화는 그 런닝타임과 규모가 점점 더 작아져, 불과 몇 십초 단위로 줄어들었단 그 이야기는 유튜브와 틱톡 등 이른바 스낵 컬쳐에 잠식당하고 있는 현재 영화 매체의 상황을 암울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안쓰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심각한 게, 미래 자신의 결말을 알아버리게 된다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빽 투 더 퓨쳐>와 <터미네이터>가 말했듯, 이는 심각한 타임 패러독스를 야기할 수도 있지 않은가. '뭐? 미래에 내가 거장이 된다고?'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만약 소녀가 영화에 있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거장이 되는 그 미래는 사라지는 것 아닐까. 결과론적으로 보면 운명 같아 보이지만, 알고보면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엔 누군가의 피나는 노력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니. 그래서 나는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세상에 혜성처럼 어디선가 갑자기 빛을 내며 등장하는 실력자는 애초에 없거든. 다 각자의 시궁창 같은 현실을 견디고 버티다가 마침내 제 궤도에 오른 것일 뿐.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엄청난 희소식을 들었음에도 쉬이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해내는 주인공 소녀의 모습이 애틋하고 대견하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다른 모든 인물들에게 아주 조금씩이라도 각자만의 사연을 손에 쥐어주고 있어 영화가 멋졌다. 그렇다, 영화는 종합예술이고 협동예술이다. 모두가 함께, 지금 이 순간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오롯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걸 영화가 잘 대변해주고 있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도 예전에 한여름 땡볕 아래서 영화를 찍은 적이 있었다. 각자의 마음들을 알음알음 소중히 모아 만들었던 영화. 몇 십년만의 폭염이라고 뉴스에서 떠들었어도, 우리는 강행 했었다. 땀을 뻘뻘 흘리고, 길바닥에서 밥을 먹으며, 잠도 많이 자지 못한채로 임했던 촬영. 그런데 언젠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했던 말마따나, '고통은 순간이지만 영화는 영원하다'. 그해 흘렸던 땀방울과 먼지 섞여있던 밥, 자지 못했던 잠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기적인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해 그 여름 관련해서는 언제나 좋은 추억 뿐이다. 아마 그래서였을까, <썸머 필름을 타고!>는 내 안의 공감을 마구 부채질했다. 그 언젠가 역사를 만들 너희들의 그 여름 청춘이 너무나도 귀하구나. 그리고 아마 나의 그 여름 청춘도 그들만큼이나 귀하지 않았을까. 

덧글

  • milijey 2022/08/01 15:59 # 답글

    저도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즐겁게 본 영화였어요!!! 일본영화는 청춘을 싱그럽게 잘 담아내는 것 같아요. 날아갈 듯 가벼우면서도 진심이 꾹꾹 담겨있는게ㅎㅎ 영화를 찍으셨던 적이 있다니 이 영화가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겠어요! 그 영화는 아직도 남아있나요?ㅎㅎ
  • CINEKOON 2022/08/08 16:12 #

    남아있고 여전히 좋은 추억입니다만 확실히 과거의 작품이다보니 지금까지도 부끄럽네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