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3 16:03

미즈 마블 SE01 연속극


이미 하이 판타지, 2차 세계대전물, 가족 코미디, 에스피오나지 등등으로 그 장르적 외연을 넓혀가고 있던 MCU. 이런 상황이다보니 10대 주인공으로 만든 하이틴 장르 하나 껴있어도 괜찮겠지 싶었다. 이미 10대 주인공으로 피터 파커가 존재 하고는 있지만, 어찌되었든 MCU의 피터 파커는 학교 안보다 그 밖 생활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미즈 마블>은 반길 만한 기획이다. 게다가 MCU 최초 무슬림 수퍼히어로라니. 그 의미까지 챙겼어. 역시 PC의 수호자 디즈니 만세!!

근데 PC 개못함. 

우선 좋은 점부터. 주인공을 연기한 이만 벨라니가 매력있다. 해외권에서는 연기력으로 까이기도 하는 모양이던데, 나로서는 하이틴 장르의 주인공으로서 그냥 저냥 꽤 귀엽지 않았나 싶었음.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사실 시즌 전체를 아우르기 보다는 그 초반에만 강조되는 맥락이긴 한데, 극중 대부분의 인물들이 모두 10대 소년 소녀들이니 만큼 문자 메시지나 SNS 등을 사용하는 장면들이 무척이나 많이 나온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화면 안에 녹여넣느냐- 관련해서는 연출자가 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BBC의 <셜록>처럼 미니멀한 텍스트를 시각화 시키는 방법도 있었을 거고, 아니면 요즈음의 영화들이 다 그렇듯이 메시지창의 말풍선을 그냥 그대로 때려박을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미즈 마블>은 인물들의 문자 메시지 내용 등을 아예 그들이 살고 있는 현실 세계로 끌어내어 키치하게 묘사한다. 2022년인 현재 시점에서 문자 메시지나 SNS 등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영화 또는 드라마들이 많아졌는데, 그와중에서는 꽤 발군이라고 생각된다. 

이제부턴 몽땅 나쁜 점인데, 일단 하나의 수퍼히어로 장르물로써 그 재미가 현저히 떨어진다. 탄성 넘치는 고무 신체에서 일종의 그린랜턴 능력처럼 어레인지 된 주인공의 수퍼 파워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타격감과 활용도 떨어지는 방식으로 만들면 안 되는 거지. 안타고니스트로 시청자들이 적대시할만큼 제대로된 수퍼빌런이 전무하다는 점 역시 수퍼히어로 장르물로는 떨어지는 지점. 게다가 이 드라마에서는 전지구를 위협할만한 다른 차원의 새로운 위협을 간접적으로 설명해내고 있는데, 이제는 MCU에서 이런 거 너무 많이 봐와 질리기 까지 하더라. 전세계적인 위협도 한 두번이지, 이렇게 자꾸 지구를 노리는 타차원이 존재한다 퉁치면 그 개별 위협들의 위험성과 카리스마가 현저히 떨어지게 되잖아... 그렇다고 서브 장르인 하이틴 장르를 잘 해낸 것도 아니거니와...

하려는 이야기가 엄청 많은 점도 마이너스 요소. 버거울 정도다. 10대 소녀의 성장담과 수퍼히어로로서의 각성기가 베이스인데 거기다 두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삼각관계도 해야한다. 기도할 때마다 가는 모스크에서 하고 있는 투표 상황도 전달해야하고, 할머니와 엄마로부터 이어진 가족내 갈등도, 악당들과의 싸움도, 레드 대거스와의 이야기도, 미국내에서 이슬람계가 받고 있는 차별도, 독특한 이슬람계 문화들도, 과거 대영제국이 끼쳤던 악한 영향들도 모두 다 한 시즌에 때려박고 있는 구성. 이런 건 시즌2 가서나 하면 안 되겠니?

가장 큰 불만은 여기서 부터다. 왜 MCU의 모든 아시아 수퍼히어로들은 죄다 가족력인가. 뭐 그래봤자 아직 샹치와 카말라 둘뿐이긴 하지만, 전자는 어둠의 중국 황제가 낳은 친아들이고 후자는 외딴 차원의 혈통을 외할머니에게서 이어받은 소녀. 왜 이들은 항상 혈연과 그 운명에 저당잡혀 사는가. 토니처럼 일련의 사건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수퍼히어로로 각성할 수도 있는 거고, 스티브처럼 자신의 선택에 의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아니면 하다못해 브루스나 피터 마냥 갑작스런 사고로 능력 얻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근데 아시안 수퍼히어로들은 모두가 혈통빨에 유전빨. 그러다보니 당연히 전통과 개인의 가치관 사이에서의 충돌이 주된 소재고... 

아직까지도 서구권 스튜디오의 백인 제작자들에게는 이런 오리엔탈리즘이 유효한가보다. 가족의 뜻과 전통에 따라 사는 아시아인들의 이미지가 그렇게나 놀랍고 흥미로웠냐? 그걸 지금 몇 십여년째 반복하고 있을 정도로? 원작에서 부터 그랬다고 해도 그건 말이 안 되지. 그토록 PC질에 미친채 콘텐츠 만들고 있으면서 2022년 들어 그걸 재해석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웃기는 거고. 샹치랑 카말라에게는 맨날 "네가 어디서 왔는지 잊지마라"고 말하는데 그런 말 다른 수퍼히어로들한테는 안 하잖아...

앞으로는 그냥 존나 쿨한 아시안 수퍼히어로가 하나 나와줬으면 한다. 그 국적성이나 아시아 특유의 문화 색이 짙지 않은. 그냥 그 자체로서 온전히 설 수 있을 만한. 애시당초 그런 것부터나 잘 해놓고 딴소리 하면 내가 이런 말도 안 하지. 

핑백

  • DID U MISS ME ? :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 2022-11-17 16:25:47 #

    ... 그 둘마저 다시 보니 선녀처럼 보이게끔 만든 &lt;토르 - 러브 앤 썬더&gt;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사상 최악이었다고 본다.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쪽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게다가 여기에 대미를 장식한 &lt;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gt;로 인해 페이즈4는 아주 그냥 와장창 신세. 향후 페이즈 5 들어 반등할 여지가 ... more

덧글

  • 잠본이 2022/08/03 19:01 # 답글

    앤트맨의 대니우 요원에게 초능력 부여하면 해결됩니다(안돼)
  • 에규데라즈 2022/08/04 16:23 #

    지미 우 요원 에겐 스콧에게 전수받은 카드 매직과
    그 마을로 들어가지 않을수 있었던 npc위험감지 레벨3 이 있습니다
    아마도 다른 멀티버스에서는 미스터 판타스틱으로 변신하는 능력(동양인 짐)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 잠본이 2022/08/04 18:28 #

    아참 지미였죠. 대니는 어쩌다 튀어나온 이름이지(...)
  • CINEKOON 2022/08/08 16:10 #

    나중에 세계관 확장되서 뮤턴트들도 등장하게 되면 갬빗 앞에서 카드 마술하는 지미 & 스콧 콤비 보고 싶댜...
  • K I T V S 2022/08/07 12:42 # 답글

    개인적으로는 유일하게 만화책과 인터넷 커뮤니티로 먼저 접하게 된 2대 캡틴마블인 카말라양이 팬아트도 그렇고 예뻐보여서 나중에 영상화로 보고 싶었던 친구긴 한데... 뭔가 드라마라서 그런지 아니면 캐스팅 때문인지 전세계적인 PC광풍에 대한 개인적 거부감 때문인지 몰라도 그렇게 매력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지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가장 큰 건 역시 CINEKOON님이 지적한대로 토니가 각성해서 영웅이 되었듯 그런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영웅상이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운명론적 영웅상으로만 자꾸 매체가 그쪽으로 가다보니 진부한 느낌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론 수십년동안 마블이 계속 잘됐으면 하는 바램인데... 타노스와 토니가 세상 하직하고 나서 뭔가 평들이 수직낙하까진 아니더라도 안좋아서 안타깝습니다.
  • CINEKOON 2022/08/08 16:11 #

    전 드라마들 좀 정리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