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7 12:58

배드 럭 뱅잉 극장전 (신작)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에미는 남편과 합의하에 촬영한 섹스 동영상을 유출 당한다. 그 동영상은 인터넷이란 공포의 바다를 타고 퍼지고 또 퍼져, 결국 그녀가 가르치고 있던 학생들에게도 닿게 된다. 그리고 이를 알게된 학부모들은 에미를 학교에서 해고 시켜야한다며 청문회를 열자 주장하게 되고......

영화는 3부의 구성을 띈다. 1부에서 우리는 청문회가 열리는 학교로 향하는 에미의 출근길 아닌 출근길을 멀찍이서 지켜보게 되며, 2부 건너뛰고 3부는 그 청문회에 참석해 수많은 학부모들 앞에서 마녀사냥과 100분 토론 사이 그 어딘가를 연출해내는 에미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게 된다. 그렇담 2부는? 2부는 주관적으로 쓰인 일종의 용어사전을 표방하고 있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특정 용어나 개념들을 자막으로 띄워주고 그것에 대한 감독의 주관적 해석을 덧붙여 설명해내는 식으로 전개된다. 

문제는 영화가 영화같지 않다는 데에 있다. 영화같지 않다고? 그렇다면 우선 영화의 정의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건가? 그렇게까지 세부적으로 파고들 생각은 없다. 영화에 대한 여기서의 대전제는 딱 하나면 족하다. '관객들의 몰입을 끊지 않는 것'. 그 점에서 <배드 럭 뱅잉>은 비영화적이다. 1부부터 보자. 에미의 학교 가는 길은 장장 30여분으로 표현되어 있다. 거기에는 별다른 핵심적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걸을 뿐이다. 물론 교장 선생님을 만나기도 하고, 걷다가 인도 위에 차를 주차 해놓은 진상과 만나 간단한 말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딱 그 뿐이다. 교장 선생님을 만난 에피소드 정도를 제외하면 그 나머지 일들은 영화 전체의 서사에 그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부산스럽다. 에미가 약국에 들른 장면에서 잠깐 등장하는 단역들이 다른 사회적 문제를 가지고 언쟁을 벌이는 묘사도 실패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각자마다 다른 생각과 주장을 펼 수 있다는 것- 정도를 보여주고 싶었다면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1부는 여러 자동차들이 뒤엉키는 도로를 중점으로 전개되는데, 무엇보다 중간중간 지나가는 버스의 유리창에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제작진들의 모습이 비친다. 물론 이는 이후 한 프레임 한 프레임씩 일시정지해가며 확인해보아야 더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나는 그들을 분명히 보았다. 거기서 영화의 몰입이 확실하게 깨지고, 심지어는 그런 생각까지 들게 되더라. 제작진들은 메시지를 우선하며 영화의 만듦새에 타협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2부 또한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반복적인데다 길다. 문제는 3부 또한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마녀 재판 형식으로 이야기를 꾸민 점은 재미있다. 하지만 여기서마저 각 인물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유명 지식인들의 논문을 말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읊어댄다. 그러다보니 보면서 자꾸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감독은 영화가 아니라 논문을 쓰거나 블로그를 했어야 했다는 생각. 전하고자 했던 게 너무 명백해서 그것에만 집중하다 오히려 영화 자체는 앙상해진 느낌. 블랙 코미디 하려고 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신랄하게 갔어야 했던 영화가 축축 쳐지다 끝내는 중언부언까지 한다. 감독에게는 정말로 블로그나 SNS 한 번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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