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0 14:20

맥베스의 비극 극장전 (신작)


항상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왔던 코엔 형제. 일련의 사정으로 그중 동생인 에단 코엔을 아주 잠시 떠나보내고, 형인 조엘 코엔이 돌아왔다. 그렇게 귀환작으로 골라잡은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멕베스 이야기. 이 정도면 강산에의 노랫말처럼, 흐르는 이야기들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코엔이라 할 만하겠다. 

<맥베스의 비극>이 그렇게 여겨지는 이유는 영화 속 대부분의 요소들이 그 원형에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2022년 현재 영화의 명백한 스탠다드는 컬러 영화다. 그런데 <맥베스의 비극>은 그보다 앞선 원형이라 할 수 있을 흑백 영화로써 만들어졌다. 화면비 역시 마찬가지다. 보통 1.85:1이나 2.35:1의 비율로 많이 촬영되는 현재 할리우드 영화들과는 달리, <맥베스의 비극>은 1.37:1이라는 아카데미 35mm 필름 규격으로 완성됐다. 여기에 프로덕션 디자인 또한 구전매체 분야에서 영화의 직속선배라 할 수 있을 연극매체의 향기가 짙게 배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셰익스피어가 쓴 본래 이야기는 무척이나 오래된 이야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맥베스 이야기가 인류 최초의 이야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되었단 소리는 아니다. 현생 인류의 먼 조상이 동굴 벽화 그릴 때 같이 만들어 쓴 이야기까지는 아니잖아. 셰익스피어도 1564년 생으로 16세기 사람이었으니, 그 길고 긴 인류의 역사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불과 400여년 전의 이야기라는 점에는 '겨우'라는 수사를 붙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는 현재 우리가 읽고 보고 듣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한마디로, '고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단 말. 애시당초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던 사람이 모든 이야기 매체들의 과거에 경배를 드리고 있는 듯한 이 기분. 바로 그 점에서, <맥베스의 비극>은 조엘 코엔을 연어처럼 보이게 만든다. 

원작도 그랬지만, 맥베스의 이야기에는 그리스적 비극의 풍미가 있다. 신탁을 통해 예언된 비극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은 그 노력의 과정에 의해 예정되어 있던 비극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이야기. 그게 그리스 비극의 정수지. 맥베스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그가 마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마녀의 예언을 듣지 못했더라면? 그럼 어쩜 맥베스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꿈꾸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마녀에게 인셉션 당해버린 맥베스랄까. 

<아멜리에>와 <인사이드 르윈> 등을 통해 분위기로 꽉찬 화면을 보여주었던 브루노 델보넬의 촬영&조명이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단조로움을 선사하고, 이에 명배우들도 좋은 연기로 화답한다. 특히 덴젤 워싱턴. 우리가 그의 이름을 알게 된지도 어느덧 수십년이건만, 그는 아직까지도 힘이 넘치는 연기로 화면 바깥에 자신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너무나도 훌륭한 감독과 촬영감독, 그리고 명배우의 협연. 아마, 16세기를 살았던 셰익스피어도 이 정도면 만족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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