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4 12:08

DC 리그 오브 슈퍼-펫 극장전 (신작)


DC의 수퍼히어로들에 이어, 이번엔 애니멀히어로들의 연합이다. 수퍼맨의 애완견 크립토야 네임드지만, 그 이외 동물들은 죄다 뉴비인 듯. 여하튼간에, 어지간한 DC 매니아가 아니라면 그닥 와닿지는 않을 기획. 아직 한국에는 그린랜턴과 렉스 루터 등의 캐릭터들이 눈에 안 익은 일반 관객들이 더 많을 텐데, 그런 와중 그 애완동물들까지 보고 있어야 된다고 하면 좀......

묘하게 자기비하적인 유머가 있다. 수퍼맨은 아이언맨을 직접 언급하며 "아이언맨은 이런 거 못할 걸?"이라고 웃어 넘기고, 아쿠아맨은 빈지노의 노랫말 마냥 정말로 어항 속 아쿠아맨이 되어 금붕어밥 먹으며 헤엄 헤엄만 치고 있음. 하지만 그중 가장 심한 건 아무래도 배트맨 묘사. 배트맨이 누구냐, DC의 알파이자 오메가고 또 빛과 소금일지니. DC가 가진 모든 캐릭터 통틀어 가장 인기 좋은 캐릭터고, 또 그동안 만들었던 실사 영화들 통틀어 가장 잘 나가는 간판 캐릭터 아닌가. 그런데 그 어둠의 기사 배트맨이, 이 영화에서는 기니피그 악당에게 명존쎄를 맞는다. 기니피그에게 명존쎄를 맞는 배트맨이라니. 제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 하더라도 회사의 간판 캐릭터를 이렇게 놀릴 수도 있는 건가? 게다가 항상 밝고 긍정적인 수퍼맨도 아니고, 바로 그 '어둠의 기사' 배트맨을 이렇게 희화화 해도 괜찮은 건가? 당신이 어떻게 느끼든 간에 굉장히 귀한 그림인 건 팩트...

영화는 당연히 뻔하고 진부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씩 터지는 병맛 요소들이 개인적으로는 취향 저격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음. 자기 살 타는 냄새 맡고 군침을 흘려 혼란에 빠진 돼지 캐릭터라든가, 저장된 이미지로 헛소리하고 있는 크립토의 할아버지라든가... 물론 그 몇 가지 세부 요소들로 전체 영화의 지난함을 애써 막은들 성공적이었겠느냐마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데, 애니메이션답게 어린 아이들이 많이 앉아있었다. 그들은 영화를 보는내내 끊임없이 칭얼거리고 떠들었으며, 가끔은 함께 온 부모에게 화장실을 가고 싶다 보채기도 했다. 평소의 영화 관람이었다면 그들의 그런 행실이 무척이나 불편하고 고깝게 보였을 터.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영화를 볼 때만큼은 그것들이 모두 용서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DC의 팬으로서 대한민국 DC교육의 백년지대계를 보고 있다. 아이들아, 이 영화를 시작으로 부디 DC의 팬이 되어주렴. 그렇게 되면 못해도 너희들이 성인 됐을 즈음 한 20년 뒤엔 대한민국에서도 DC의 팬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질 수 있는 시대가 오겠지... 정작 그 백년지대계의 첫 단추인 이 영화가 영 모양빠지게 나와 걱정이긴 하다만. 

덧글

  • 잠본이 2022/08/25 08:58 # 답글

    애들이 화면에 집중하지 못하고 나가고 싶다고 칭얼대는 건 별로 좋은 징조가 아닌데요(눈물)
    이런 영화는 어른이 이게 뭐가 웃기지 싶어도 애들이 폭소를 터뜨려야 성공인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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