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4 15:41

프레데터, 1987 대여점 (구작)


영화의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긴 이 시점에 돌이켜보면, 정말이지 수많은 크리쳐들이 해당 장르사에 존재했었다. 거기에는 고지라나 킹콩 급의 거대 괴수들도 있었고, 피를 빠는 뱀파이어나 야밤에 보름달만 보면 구슬프게 울어제꼈던 늑대인간처럼 비교적 단순한 규칙으로 굴러가던 괴물들도 있었지. 그리고 그와중, 프레데터가 있다. 후지산이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처럼 저 멀리서 보아도 단숨에 알아차리게되는 거대 괴수들 만큼 큰 존재도 아니었고,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마냥 저주에 걸려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존재도 아니었다. 그렇담 뭐라 설명해야할까. 예컨대 프레데터는 복잡했고, 또 복잡하면서 명료했다. 그리고 거기에 이 외계존재가 가진 매력의 정수가 놓여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로 프레데터의 매력은 거기에 있었다. 복잡한데 명료해. 본디 매력이란 건 외모가 엄청난 호감인 게 아닌 이상 재미있고 그 디테일한 설정에서 나오는 것. <아나콘다>의 그 아나콘다가 무슨 매력이 있어, 그냥 겁나 큰 뱀인 건데. <7광구>의 그 물에 젖은 휴지처럼 생긴 괴물이 무슨 매력이 있어, 따로 재미있는 설정이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프레데터는 그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들 때부터 벌써 재미있는 존재들이다. 야, 들어봐. 이 프레데터란 놈들은 저 먼 우주로부터 지구로 와 최첨단 무기를 쓰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투명화 장비도 쓴다니까? 근데 이렇게나 발전된 종족이면서 정작 하는 짓은 엄청 야만적이라니까? 사냥에 미쳐서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다니는데, 또 적이 명예를 안다 싶으면 존중해준다니까? 벌써부터 설명이 엄청 신나지 않은가. 그리고 그건 프레데터와 자주 엮이는 존재인 에이리언 또한 마찬가지다. 야, 들어봐. 이 에이리언이란 놈들은 알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거기서 태어난 페이스 허거란 놈이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를 숙주삼아 몸 안에 알을 깐다니까? 그리고 그 몸 안에서 양분 먹고 다 자랐다 싶으면 가슴팍 뚫고 나온다니까? 굳이 따지고 들자면 엄청 복잡해서 설정 파기 좋은데, 또 그런 거 잘 안 따지고 봐도 깔끔해. 이게 어떻게 재미 없냐고. 

모종의 임무를 부여받은 특수부대가 이국의 정글에서 외계의 존재를 만나 사투를 벌인다는 간단무결한 이야기 전개. 그리고 거기에 복잡하면서도 명료한 외계 전사의 존재감. 누가 왕년의 존 맥티아난 아니랄까봐, <프레데터>는 단순한 이야기 하나로 최대효율의 재미를 뽑아낸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졌되 그 특징들이 한 두 개 정도로 깔끔히 요약되어 있는 조연들은 하나둘씩 주구장창 죽어나가고, 결국 또 홀로 남는 것은 할리우드의 80년대를 호령 했던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다부진 얼굴과 튼튼한 몸뚱아리뿐. 

너무나도 잘 만들어진 단순 액션 영화라 그 이상의 의미를 구태여 찾고 싶진 않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월남전에 대한 코멘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 설정 상으로는 남미 어딘가의 정글이라고 퉁쳐지지만, 중화기를 든채 열대 정글 숲을 헤쳐나가는 미국 특수부대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월남전의 그것을 떠올리지 않기란 오히려 더 어렵지 않은가. 여기에 80년대 당시의 오리엔탈리즘이긴 하지만, 적으로 설정된 외계존재는 야만적이면서도 전사의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썩 비-서구적 느낌으로 컨셉화 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 그룹의 대부분이 다 패배하고 사망. 보이지 않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마구 쏟아져나오던 베트콩의 게릴라 전술에 학을 떼던 미국 입장에서야 프레데터의 투명화 기술이 안 무서울래야 안 무서울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하고. 

1987년의 첫 작품으로 엄청난 흥행을 이뤄낸 프레데터는 역시나 할리우드의 마수에 걸려들어 이후로도 몇 십여년 간 지구로 불려오게 된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즐기고 향유하는 대부분의 대중영화 컨텐츠들은 그 대부분이 8,90년대에 기초를 두고 있잖나. 에이리언이 그랬듯이, 프레데터도 참으로 오랫동안 우리 곁을 배회해왔다. 그걸 할리우드가 이후로도 쭉 잘 해내기만 했으면 좋았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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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22/08/25 08:54 # 답글

    아놀드횽과의 재대결을 바라기...에는 너무 늦었겠죠. 그양반 불러올 정도로 할 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니.
  • SAGA 2022/08/27 10:05 # 답글

    전성기 시절 근육질의 놀드횽을 압도적으로 처발라버리는 프레데터를 경이롭게 바라보았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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