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편을 만들면서 그 배경을 또 정글숲으로 할 순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배경으로 낙점된 건 콘크리트 정글이라 불릴 만한 대도시 LA. 그래서 영화는 프레데터 영화라고 하기 보다는 8,90년대에 유행하던 일종의 경찰 영화처럼 보이게 된다.
1편은 갑자기 얻어맞는 영화였다. 그냥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악당들 다 털어잡는 평범한 액션 영화겠거니 싶었는데 알고보니 외계에서 온 전투종족 이야기였어. 온몸을 투명화 시켜 사냥감을 하나씩 사냥하고, 어꺠에 달린 최첨단 무기로 일격필살을 날린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괴생명체의 출현. 그에 주인공들이나 우리나 모두 얻어맞고 있을 수 밖에. 하지만 2편에 오니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는 이미 이 괴생명체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이제부터는 조금 디테일하게 보게 되고, 디테일하게 보게 되니 자연스레 여러 의문들이 딸려 온다. 클록킹 장치는 만들어 쓰면서 정작 거기에 물 묻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기이한 외계 종족. 한낱 미물인 지구인들도 스마트폰에 기본적인 방수 기능 달고 다니는 세상인데, 너네는 초광속 항행 기술도 터특 했으면서 아직까지 수트랑 장비에 방수 기능 안 달고 뭐하는 거냐.
이뿐만이 아니다. 애초 이토록 야만적인 종족이 대체 어찌 그런 과학기술의 발달을 이뤄냈는지, 전사의 명예를 중요시 여긴다면서 왜 스스로는 명예롭지 못하게 투명화 장치나 숄더 캐논 등 온갖 사기템들을 몸에 점철해 다니는지 등등 모든게 의문. 물론 그런 요소들에서 이 캐릭터의 매력이 나오는 것은 맞지만, 그래도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가고 설명이 잘 안 되는 부분들이 2편 들어 뒤늦게 튀어나온다. 제일 웃긴 건 이번 편의 프레데터가 '걸어서 LA 속으로'라는 여행 프로그램이라도 찍는 것인지 정말이지 LA 곳곳을 속속들이 돌아다닌다는 것. 애초에 지하철은 왜 탄 거야...?
그래도 최대한 감추는 방식으로 재미를 이끌어냈던 전편과는 달리 여러 세계관 설정들을 제시함으로써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내긴 했다고 본다. 임신한 여성을 살려주는 모습 등은 약자에게 자비를 베푸는 프레데터 종족의 모습을 새롭게 제시한 장면이었고, 이외 무기 관련해서도 살갗을 뚫어버릴 정도로 꽉 조여오는 그물이라든가 부메랑 마냥 던져 상대를 갈라버리는 스마트 디스크 등은 이 2편에서 처음으로 묘사되는 것들. 이후 시리즈에도 중요한 여러 요소들을 제시했던 일종의 선구자적 영화라 하겠다. 18세기 초에 쓰인 것처럼 보이는 총은 팬들에게 영원한 떡밥.
재밌는 점. 이번 작에서도 외모를 놀리는 대사는 반복된다. 근데 여기에 주인공인 해리건이 'Pussy face'라는 엄청나게 모욕적이면서도 슬프게도 납득가는 별명을 붙임. 에이리언이야 애초 1편부터가 페미니즘 영화였고, 또 인간들의 몸 안에 새끼를 낳는 등 여성들의 임신 공포를 적나라하게 어레인지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 남성기 머리 디자인이 어느정도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었거든. 무엇보다 이중 턱으로 거침없이 삽입해 죽이는 이미지가 핵심이기도 하고. 근데 프레데터는 대체 왜 여성기 형태 디자인으로 채택 당했던 걸까. 정말로 그냥 에이리언에 대한 안티테제일 뿐이었던 걸까?
덧글
잠본이 2022/08/25 08:49 # 답글
rumic71 2022/08/25 11:34 #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