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31 10:13

육사오 극장전 (신작)


1등 당첨된 로또 복권을 찾아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기는 <마파도>를 떠올리게 하고, 그외 전반적인 남북간 대치 상황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공동경비구역 JSA>를 안 떠올릴래야 안 떠올릴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코미디 장르는 그런 '따라하기'가 용인되다 못해 권유되는 장르 아닌가. <육사오>는 노골적인 패러디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 설정의 기시감을 오히려 코미디의 재료로 삼는 영화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게 재미있다. 문제는 그 재미의 대부분을 모두 배우들의 표정이 다 한다는 것. 

할리우드나 충무로나 다 매한가지인데, 요즈음 코미디 장르 영화의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지는 듯 하다. 첫번째로는, 점입가경의 재미로 스노우볼처럼 굴러가며 커지는 이야기 전개로 코미디를 만드는 방식. 일례로 할리우드 대표로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이나 <클릭>이 있을 것이고, 충무로의 대표로는 <완벽한 타인>이나 <바르게 살자> 같은 영화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특정 배우의 개인기에 모든 걸 몰빵하는 방식. 할리우드와 충무로의 구분을 떠나, 이건 그냥 요즘 만들어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용 코미디 영화들이 으레 다 그렇다고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보다는 당연히 전자를 선호하는데, 내가 느끼기에 <육사오>는 후자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일단 북측으로 넘어간 로또 복권이라는 설정 자체가 아주 큰 재미를 주지는 않는다. 그건 그냥 판 깔아주는 기본 설정인 거고. 그런데 여기서 영화는 극중 코미디의 대부분을 몽땅 배우들에게 짬 시킨다. 표정과 몸짓으로 알아서 다 해보라는 말. 이에 고경표는 특유의 억울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답하고, 이이경은 리드미컬한 혀놀림을 쏟아내며, 극중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두 배우 이순원과 김민원은 날랜 춤사위로 임무를 완수 해낸다. 덕분에 개별적 재미는 충만하고, 배우들 보는 맛도 확실하게 있지만 정작 영화의 이야기나 상황 자체가 재밌는지는 잘 모르겠음. 

더불어 뻔하다못해 맥 빠지기까지 하는 영화의 결말은 앞선 배우들의 노력을 모두 삽질처럼 보이게 만든다. 멧돼지라니. 내 그 로또 당첨 수령금을 남북 인물들 중 누구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 감히 예상했건만, 결국 그대로 그렇게 되었고 또 그게 멧돼지 때문이었다니. 이건 군대로 치면 근무 태만 수준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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