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2 17:20

노스맨 극장전 (신작)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삼촌에게 피의 복수를 하겠다 맹세한 왕자. 그 옛날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햄릿 이야기를 통해 시작한 이래로, 이 유서깊은 이야기는 오래도록 살아남아 왔다. 그것은 현대적으로 각색 되기도 했고, 사자 왕국 아프리카를 경유하더니, 이제는 돌고돌아 북유럽으로 당도. 오래된 이야기인 만큼 한 치 앞의 모든 순간이 예상된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또 그만큼 강력한 이야기라 살아남았을 터이니 기본적인 재미도 대강은 있다. 

결국 제작사가 승부를 건 것은 감독의 이름값이다. 존나 뻔한 이야기인 건 당연지사 말해 뭐할까 싶은 소리이니, 자기 색깔 뚜렷한 감독 데려다가 그 스타일로 쇼부쳐보자는 승부수. 그 제물이 된 건 <더 위치>와 <라이트하우스>를 통해 아트하우스 호러계의 떠오르는 수퍼 스타가 되는 중인 로버트 애거스. 여기서 머리 위에 물음표가 뜬다. 햄릿 이야기인데 호러 영화 감독을 데려다 앉힌 이유가...? 

아트하우스 호러의 신예로 알려져 있어서 그렇지, 로버트 애거스의 본질은 신화적인 이미지의 재현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 선정은 나쁘지 않다. 서유럽이나 동유럽, 남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대개 그렇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서는 유독 그 신화적 속성이 많이 강조된다. 거의 그리스와 쌍두마차. 그만큼 북유럽 신화가 서구권 관객들에게는 여전히 흥미로운 소재라는 것이겠지마는. 어쨌거나 그 덕분에 <노스맨>은 로버트 애거스 특유의 신화적 스타일로 나름의 존재감을 펼쳐낸다. 

문제 또한 거기서 나온다. 이미지는 기가 막힌데, 그게 이야기에 잘 붙느냐는 또 다른 문제거든. 판타지와 중세 서사극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듯 보이는 <노스맨>은 멋진 이미지들을 조잡하게 붙여내 보는 이들에게 기이한 느낌을 안긴다. 소문으로는 독립영화계에서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게 드는 영화들만 만들던 감독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높은 예산의 블록버스터 아닌 블록버스터를 연출하면서 고생 깨나 한 듯 하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고예산 영화의 연출을 맡지 않을 거라는둥, 스튜디오의 간섭 때문에 이골이 났다는둥... 하여튼 그런 이야기들을 들어서였을까, 보다보면 영화 중간중간 좀 생뚱맞고 촌스러운 부분들이 노골적으로 똬리를 틀고 있어 절로 재촬영 분량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건 주인공 암레트의 구구절절 설명 쇼. 많이는 아니고, 한 두 번 정도 하는 것 같던데 그 꼴이 너무 웃김. 카메라 쪽 보면서 혼자 주절주절 거리고 있는 모습이 개그 콘서트 같았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고, 또 엄청난 몸매를 선보인다. 근데 이상하게 걱정이 됨. 이 사람 왜 이렇게 존재감이 없지...? 왜 이렇게 주인공 같지가 않지...? 돌이켜보면 그 빡세다는 할리우드 내에서도 꽤 주연작 많이 찍은 사람인데 하나같이 다 영... 헌데 또 인터뷰 같은 거 보면 겁나 착해보여서 더 마음이 쓰이고... 이건 팬심이야 뭐야. 


뱀발 -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니콜 키드먼이 모자 관계로 나온다. 웃긴 건 <빅 리틀 라이즈>에서 둘이 부부로 나왔었다는 거임.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