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4 19:03

공조 2 - 인터내셔날 극장전 (신작)


<딥 임팩트>를 <해운대>로, <스피드>를 <퀵>으로, <포레스트 검프>를 <국제시장>으로...... 개별 제작 영화들의 완성도와 흥행이 어떤 상태였든 간에, JK필름은 일종의 전범이었다. 7~90년대에 만들어진 할리우드의 장르 영화들을 컨셉 그대로 벗겨와 한국적으로 우라까이 해내는. 물론 <공조>도 마찬가지의 작품이었다. 뉴욕으로 와 사건을 해결하는 모스크바 경찰의 이야기를 다뤘던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레드 히트>가 있었으니... 어찌되었든, <공조>는 대한민국에서 7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되었고 보란듯이 속편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 속편의 공식마저 너무나 8,90년대 할리우드스럽다. 더 크게! 더 많이! 

남한의 형사와 북한의 형사 사이 공조를 다뤘던 전편. 이에 속편은 미국 FBI 소속의 잭을 추가함으로써 삼각 공조의 태를 띈다. 물론 보다보면 윤아가 연기한 박민영까지 엄밀히 따져 사각 공조가 되지만... 그렇다면 국적도, 소속도, 의중도 서로 다른 인물들의 합동 작전을 다루는 이야기로써 영화가 해야 했던 것은 뭘까? 그것은 각 인물들의 치열한 눈치 게임 아니었겠나? 각자에게 명령된 목표도 다루고, 또 각자에게 주어진 정보도 그만큼이나 다르다. 때문에 영화 속 세 주인공의 상사들은 모두 부하들을 채근한다. 쓸 만한 정보 있으면 얼른 캐내라고. 하지만 이 영화 속 세 인물의 서로 다른 상황은 딱히 공조할 거리 자체가 전무했다. 

한 마디로 이런 거다. 남한의 강진태와 북한의 림철령은 잘 모르지만, 미국의 잭은 테러리스트 악당인 장명준이 왜 남한으로 향했는지를 안다. 또, 남한의 강진태와 미국의 잭은 잘 모르지만 북한의 림철령은 장명준이 10억 달러가 든 계좌를 갖고 있다는 걸 안다. 또, 북한의 림철령과 미국의 잭은 잘 모르지만, 남한의 강진태는 장명준의 똘마니들 중 하나가 가지고 있던 여권과 스마트폰의 정보를 안다. 이런 상황 설정이라면, 이 셋은 모두 중요한 정보로 다뤄져야 하고 서로에게서 그를 캐내려는 각 인물들의 행동이 코미디든 서스펜스든 간에 묘사 되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 셋이 정말로 그 세 정보들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었는가 의문이다. 사실상 공조라는 컨셉을 애써 유지하기 위해 그냥 갖다 넣어둔 설정일 뿐인 것. 

명절 맞이로 즐기는 킬링타임용 영화에 뭐 그리 째째하게 따지고 있냐 물을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나 지금 이거 왜 따지고 있지? 아, 영화가 정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킬링타임용으로써 만들어졌다면 이런 째째한 생각 안 하고 있었겠지. 그러니까 영화가 그냥 재미 없었다고. 전편 또한 훌륭한 영화는 아녔건만, 그래도 그 영화의 배합을 굳이 따지자면 액션 70%에 코미디가 30% 정도였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속편은 그 반대로 갔다. 코미디가 70%, 액션이 30%. 문제는 그 함량 높아진 코미디가 전혀 내게 와닿질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 웃음 포인트라는 게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마냥 뭐라 말하기는 좀 어려운데, 하여튼 간에 난 영화를 보며 단 한 순간도 웃지를 못했다. 오히려 개그가 너무 창피해 눈 감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더 많았지. 

함량을 높인 코미디에서 이 모양이니, 반대로 함량을 낮춘 액션에서 만족할리가. 영화의 액션은 JK필름 작품답게 기시감이 짙고, 또 그 기시감을 차치하고라도 별 재미가 없다. 전편에서 물 먹은 휴지로 사람 패는 것 정도는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그에 대한 강박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속편에서 림철령은 휴지 대신 짬뽕의 매운 국물을 먹인 파리채로 마약상들을 쥐어팬다. 거기서 나는 웃어야할지 감탄해야할지, 혹은 한숨쉬어야할지 갈피를 채 잡지 못했었다. 이건 웃기라고 넣은 건지, 아니면 정말로 진지하게 액션을 하고 있는 건지... 더불어 클라이막스 옥상 액션은 단연코 최악이었음. 림철령과 장명준의 일대일 대결은 허무했고 또 지나치게 그린 스크린 티가 많이 나더라. 

개연성 이런 건 필요 없고, 그냥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주자!-라는 태도로 임한 것 같기도 하다. 대표적인 게 클럽 장면. 박민영은 애초 전투 능력이 1도 없는 그냥 민간인이다. 그런데 이 인물이 남북미 액션 히어로들의 위험한 작전에 투입된다. 이유는? 그녀가 한국의 클럽 실정에 눈이 훤한 사람이라서. 아니, 그렇게 데려온 인물이면 그녀의 미인계든 지략이든 눈치든 뭐든 해서 그 클럽내 사건에 실마리를 찾았어야지. 그런데 지금 영화에서 박민영은 그냥 혼자 클럽 중앙에서 춤추고 있다. 클럽내 숨어든 테러리스트들을 찾기 위해 실행한 작전이면서 정작 박민영은 와서 놀고만 있음. 딱히 그녀를 통해 테러리스트들이 발견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거기서 림철령이 박민영과 로맨스 라인을 세워간 것도 아니고. 이럴 거면 대체 왜 넣은 장면이야, 이거?

제대로 터진 남북미 삼각 공조라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액션과 코미디는 공조가 안 되는 모양새. 사실 이 영화에서 제일 강심장인 건 남한의 강진태도, 북한의 림철령도, 미국의 잭도 아닌 강진태의 아내 박소연이라고 본다. 이제 인질 되어 보는 건 일도 아닌지 자신의 딸과 동생 모두에게 총부리가 겨누어져 있던 상황이었는데 리커버리 겁나 빠름. 


뱀발 - 잭은 자신의 동료들이 폭탄에 당해 쓰러진 직후 바로 강진태와 림철령 데리고 삼겹살에 소주 때리러 감. 이 새끼 싸이코패스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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