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6 15:17

비스트 극장전 (신작)


셋팅이 놀랍도록 간단하다. 최근 병으로 아내를 잃은 남자. 덕분에 소원해진 두 딸과의 관계. 그를 만회해보고자 시작한 남아프리카 여행. 밀렵꾼들을 사냥하며 폭주하기 시작한 숫사자. 살육. 목격. 부상. 고립. 탈출. 추격이 순서대로 이어지고, 여기에 런닝타임은 93분. 쓸모없는 건 걸레 짜듯 다 쥐어 짜내고 필요한 건만 취하겠다는 촌철살인의 자세. 그게 바로 <비스트>의 미덕이라면 미덕 되시겠다. 

진짜 깔끔한게, 넓게 보면 크리쳐 장르 영화인데도 그 해당 크리쳐에 대한 설명으로 구구절절 때우는 시간이 없다. 물론 그건 영화가 다루고 있는 크리쳐가 우리네 현실속 동물인 사자기 때문에 가능한 것도 있다. 무슨 실험으로 탄생한 괴물도 아니고, 외계에서 툭하고 떨어진 외계 생명체도 아니다. 그냥 사자라고. 아프리카 초원을 주름잡는 숫사자. 거기에 뭘 더 왈가왈부 덧붙일 게 있겠는가. 무리를 모두 잃은 사자가 회까닥 돌아서 인간 사냥한다는데 거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 영화는 그래서 더 탄력을 받는다. 

사실 소재나 셋팅만 보면 왕년의 B급 비디오용 영화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감독 본인도 그걸 알았는지, 그와중에 무언가를 해보려고 엄청 노력했다는 게 티가 난다. 주요한 특정 장면들 대개가 하나의 테이크로 길게 담겼고, 그 덕분에 영화에 현실감과 긴장감이 더해졌다. 또 갑자기 튀어나오는 효과를 주력으로 하는 크리쳐 영화로써 후경을 잘 쓰고 있기도 하다. 카메라에 가까운 전경에서 인물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동안, 뒷쪽 후경에서 사자가 스르륵 하고 움직이거나 갑자기 달려오는 모습 등을 표현함으로써 어쨌든 호러 스릴러적 요소를 유발 해낸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요즘 이런 노력도 안 하는 게으른 영화들이 워낙 많아야 말이지. 이 정도만 되어도 그 진심은 엿보이니 됐지 싶다. 아, 그리고 왕년의 B급 비디오용 영화처럼 느껴진다는 표현을 썼는데, 그건 옛날 기준이고. 요즘으로 치면 그저 그런 양산형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 듯. 그리고 그 그저 그런 양산형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비스트>가 그래도 노력을 했구나-란 생각이 또 들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깔끔한 영화-이기는 한데, 보는 와중 드는 단 하나의 의문점.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을 주인공과 사자의 정면 승부 장면이 뭔가 편집적으로 어색하다. 바로 그 직전 장면과의 연결이 덜컹 거리는 느낌. 재촬영된 장면이거나 중간에 다른 장면 하나가 삭제된 상황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레버넌트>에서의 디카프리오 vs 곰과의 싸움에 이어, 이드리스 엘바 vs 사자의 싸움은 그런대로 치열했다. 그런데 이드리스 엘바가 연기한 여기 주인공은 사냥꾼이나 군인도 아니고 그냥 덩치만 좀 좋은 의사인데 왜 이렇게 맷집이 좋냐. 베테랑 숫사자랑 현피 뜨는데도 사지가 멀쩡하네. 

덧글

  • 잠본이 2022/09/19 10:54 # 답글

    헤임달의 기운을 받아 강화된 의사양반(일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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