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1 13:01

서울대작전 극장전 (신작)


소문에 따르면 시나리오가 좋은 것으로 충무로에서 꽤 유명했다고 들었다. 아마 그러니까 주연배우로 유아인이 붙지 않았을까, 아마 그러니까 제작과 배급으로 넷플릭스가 붙지 않았을까-하며 꽤 기대했었다. 그런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내가 그걸 까먹고 있었던 거지. 넷플릭스가 내놓은 오리지널 영화들 중 좋았던 것보다 나빴던 많았다는 사실을. 유아인도 사람인지라 가끔씩은 <#살아있다> 같은 실수를 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도 명명백백히 이야기 하건대 <분노의 질주>나 <드라이브>, <베이비 드라이버> 등을 떠올리게 만든다며 무조건적으로 비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정 부분 비슷한 스타일을 공유하는 것은 장르 영화의 숙명일지니.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너무 비슷하게 만들면 그건 문제겠지만. 어쨌든 간에 특정 장면에서 <드라이브>가, 또 다른 특정 장면에서 <베이비 드라이버>가 떠오른다 따위의 이야기는 이제는 두 말 하면 입 아픈 수준이니 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오히려 좀 대놓고 비교 해볼까 싶어. 따라했다면 얼마나 잘 따라했는지 말이다. 

그 점에서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이런 장르물, 특히 카체이스가 결합된 범죄물에서 주인공들은 항상 능력자여야만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을 관객들에게 단시간 내 설명해 보여줘야 하고. <드라이브>와 <베이비 드라이버>는 각 주인공들의 운전 능력을 관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오프닝을 다 썼었다. <드라이브>의 주인공은 밤이라는 시간대와 LA 곳곳의 지형지물을 잘 활용한 비닉 운전술을 보여주며 오프닝을 지배했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주인공은 벌건 대낮에도 트리키한 운전술로 지형지물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오프닝을 사로잡았다. 그럼 <서울대작전>도 응당 그랬어야 했던 거 아닌가? 주인공 동욱이 얼마나 운전을 잘하는 인물이길래 범죄자 출신임에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옮기는 작전에 까지 등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려면 말이다. 

<서울대작전>은 그걸 진짜 존나 못했다. 엄밀히 따지면 동욱의 첫 등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되는 영화의 프롤로그격 오프닝이지만, 거기서는 뭐 별다른 운전 기술이 시연되지 않으니까 제외. 그렇다면 그의 제대로된 운전 능력이 처음으로 선보여지는건 갈치와 변호사 무리를 따돌리는 자동차 추격 장면일 텐데... 여기서 동욱이 하는 거라곤 빙글빙글 돌며 바닥에 8자를 그리는 걸로 모래바람을 만들어 탈출하는 것 뿐이었다. 일단 딱히 멋지거나 새롭지도 않을 뿐더러, 제일 중요한 임팩트가 너무 너무 부족하게 느껴진다. 막말로 <드라이브>나 <베이비 드라이버>의 오프닝 운전 실력은 여간해선 못 따라하겠다-의 그것인 반면, <서울대작전>의 오프닝 운전 실력에 대한 임팩트는 면허 갓 딴 사람도 자동차랑 공터 제공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의 그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1988년인 것은 분명 큰 장점이다. 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으니 만큼, 당시의 생활상과 여러 소품들을 재현해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추억에 잠길 수 있게 만드는 거지. 그런데 이 영화 속 1988년과 실제 1988년 사이에는 이상하게 큰 괴리감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닌데, <서울대작전>의 1988년은 진짜 1988년이 아니라 현대에 와서 영화적으로 재현된 1988년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유독 티가 난다. 뭐랄까, 극중 모든 인물들이 198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잔뜩 의식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건 제작진들도 마찬가지라서, 영화 속 대부분의 소품들이 다 과시적이고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그야말로 1988년에 유행했던 거라면 그냥 잔뜩 때려박기만 한 느낌. 대체 빵구 팸의 막내가 느닷없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캠코더로 비디오 녹화하는 데에 어떤 이유가 있냐... 그게 그 캐릭터를 수식해주기를 하냐, 뭐냐. 그냥 1988년 감성 드러내려고 억지로 갖다 쓴 소품일 뿐이잖아. 

무엇보다, 하이스트 영화로써 이 영화의 주인공 파티원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헐렁하긴 해도 주인공이긴 하니 동욱이야 뭐 운전 잘하는 만능 캐릭터겠지. 그런데 나머지는? 이규형이 연기한 복남은 설정상 서울 시내 지리를 꽉 잡고 있는 그 시절 인간 내비게이션이라고 되어 있는데 정작 그런 면모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장면이 딱 하나 있었을 뿐더러 그마저도 지도 잘못 봐서 길 대충 안내함. 그리고 계속 샌드백 치고 본인 유단자라 허세 부리던데, 옆에서 다른 동료들이 그거 구라라고 자꾸 놀리면 적어도 영화 후반부에는 한 번쯤 복남이 진짜 유단자였다는 걸 보여줄 액션 하나 있었어도 되지 않냐? 그것조차 없다. 옹성우의 준기는 연기가 어색한 걸 넘어 왠지 친해지기 어색하고 힘들겠다는 느낌을 관객들이 영화 속 캐릭터에게 느낄 수 있게끔 해주는 신기를 발휘하고 있고, 박주현의 윤희는 어설프고 개연성 없는 변장으로 자꾸 헛웃음을 나게 만들고 있으며, 무엇보다 송민호의 갈치는 보는내내 몰입감을 깬다. 심지어 김성균도 이제는 악당으로서 별로 안 무서움. 

자동차 액션 씬에서도 슬로우 모션이 남발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또 했다. '이거 너무 예전 유행 아닌가?' 극중 배경만 1988년인 줄 알았는데 영화의 만듦새마저도 1988년 영화 같은 괴상한 기분. <서울대작전>에 대한 소문은 그야말로 헛소문, 뜬소문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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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LGTM 2022/09/22 17:04 # 답글

    "김성균도 이제는 악당으로서 별로 안 무서움"

    괜히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게 배우로서 단점인데 그걸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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