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1 17:27

피노키오, 1940 대여점 (구작)


세상물정 모르는 꼬마 소년이 여러 어른들을 통해 혹독한 사회 생활을 하게 되면서 끝내는 세상물정을 대충이나마 알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어질어질한 세상물정의 주된 동력은 역시 '돈'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극중에서 피노키오를 괴롭히는 건 모두 어른들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돈에 찌든 어른들이다. 이름대로 정직하진 않은 어니스트 존과 기디온 콤비는 살아움직이는 나무 소년 피노키오를 극단에 팔아 거하게 한 몫 챙기려 한다. 이같은 태도는 이후 피노키오를 마부에게 2차 판매할 때도 이어지고. 콤비에게 피노키오를 신품으로 처음 샀던 극단주 스트롬볼리 또한 돈에 미쳐 아동 학대와 감금을 당연시여겼던 악한이며, 겨우 탈출한 피노키오를 중고품으로누가 썼으면 어쨌든 중고 다시 산 마부 역시 돈을 위해 당나귀들을 양육한다. 그리고 최종보스에 가까운 고래. 뭐, 인간도 아니고 화폐의 개념을 알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간에 먹이에 대한 집착으로 피노키오와 제페토 삼키려 끝까지 달려들었으니 그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욕망과 집착의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1940년대에 만들어진 작품으로는 획기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2022년 아닌가. 1940년에 봤으면 몰라도, 2022년에는 그냥 고전 애니메이션일 뿐이지 않은가. 돈과 인력만 충분히 충당되면 기술적으론 지금도 분명 만들 수 있는 수준의 영화 아닌가. 물론 그렇다. 하지만 어렸던 아이들이 다 큰 성인이 될 때까지 그 옆을 책임졌던 여러 애착인형들 모습이 그러하듯, <피노키오>에는 쉬이 표현하기 힘든 이른바 '세월의 때' 같은 것들이 아로 새겨져 있다. 1940년의 질감과 색. 심지어는 그 시절의 내음까지도 화면을 뚫고 흘러나오는 것 같은. 모든 고전 영화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히 <피노키오>에는 확실히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다른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들에 비해서도 특출난 것이, 말로는 쉽게 표현하기 힘든 오묘한 우울감 같은 게 있는 영화란 거. 결국 해피엔딩이고 결국 뻔하디 뻔한 디즈니식 결말인데도, 이상하게 영화 전반에 우울한 애수 같은 게 들어차 있다. 제페토가 사는 마을은 어릴 때 보나 다 커서 지금 보나 여전히 우울해 보인다. 고래 뱃속은 여전히 절망적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영화 곳곳 <피노키오>에는 어두운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있다.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을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른 그 뉘앙스가 나는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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