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2 16:11

피노키오 극장전 (신작)


1940년작 <피노키오>에서, 나무로 만든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는 '진짜 사람', '진짜 소년'이 되고자 욕망으로 뒤덮힌 어른들의 세계를 모험했었다. 그로부터 어언 8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시대의 피노키오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의 모습은 더욱 더 '진짜' 같아 졌으나, 끝끝내 그토록 원하던 '영혼'은 결국 얻지 못한 듯하다. 오히려 영혼을 잃어버린 듯한, 영혼 없는 리메이크. 근데 그 감독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로버트 저멕키스라서 더 답 없다. 

기술력으로 가타부타할 상황은 애저녁에 지났다고 본다. 작품 자체는 밋밋했지만, 디즈니는 이미 <라이온 킹>을 통해 진짜 사자까지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해낸 스튜디오다. 그런 와중에 어찌 나무 인형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할까. 고로 현대적 리메이크로써 이 영화에 집약된 기술적 가치들은 더 이야기해봤자다. 그렇다면 이제 이유가 중요해진다. 대체 2022년에 이 영화를 왜 다시 만들었는지에 대한 대답. 물론 그 첫번째 이유는 돈 때문일 것이다. 돈 벌어야 하니까. 그것이 극장 개봉의 형태든, 디즈니 플러스라는 OTT 서비스의 가입 유도 미끼든 간에 돈 버는 게 1차 목적이지. 근데 그게 좀 웃긴다. 물론 세상의 모든 영화들은 다 돈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니까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다. 허나 원작의 <피노키오> 이야기 다시 떠올려 보라구, 돈에 미친 어른들을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영화였잖아. 헌데 딱 그 어른들 행태가 이 리메이크에 관여된 것만 같아 유독 씁쓸하게 느껴짐. 

뭐, 쓸데없는 소리들 다 차치하고. 돈 벌려는 목적 외에 그럼 이 영화를 다시 만들게한 고귀한 목적은 무엇인가. 당연히 정치적 올바름 때문. 이에 금발 백인 여성의 모습이던 원작의 푸른 요정은 흑인 여성으로 대체 되었고, 피부색이나 말본새가 터키 쪽 사람처럼 보였던 원작의 악당 스트롬볼리 역시 백인으로 뒤바뀌었다. 여기에 비백인과 여성, 심지어는 장애인까지 포괄하기 위해 원작에는 없던 복화인형술사 캐릭터까지 새로 들였고. 근데 생각해보니 어니스트 존은 왜 안 바꿨지? 여우가 교활하다는 것도 넓게 보면 선입견 아냐? <주토피아>에서는 그거 깼으면서 여기선 다시 여우가 교활한 악당 역할이네. 충직하고 선량한 이미지가 강한 개나 말 정도로 바꿨어야 진정한 정치적 올바름 아니냐고. 

툴툴댔지만, 그럼에도 맘에 드는 구석이 하나쯤은 있다. 바로 영화의 결말. 1940년작에서 피노키오는 끝내 인간 소년이 되어 제페토의 진정한 아들로 인정받고 해피 엔딩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처럼 '교정된' 해피 엔딩들은 일찍이 드림웍스의 <슈렉>과 <쿵푸 팬더> 등에 의해 재교정된 바 있다. 인정받거나 사랑받기 위해 바뀌려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줄 것. 다른 부분들을 모두 잘못 나아가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이란 큰 틀로 묶어 욕할 수 있다 할지라도, 최소한 이 부분에 관해서 만큼은 리메이크된 <피노키오>에서 인정해줄 수 밖에. 제페토와 가족이 되기 위해서 꼭 진짜 소년이 될 필요는 없어. 너는 이미 있는 그대로 '진짜'고 내 가족이야-라는 제페토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영화의 결말. 이 부분에서 만큼은 나도 어느정도 설복 당했다. 

그치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몽땅 불만이다. 1시간 40여분짜리 영화에서 앞선 26분여를 전부 제페토의 공방 안에서만 진행시킨다. 그 사이 제페토도 나오고, 피노키오도 나오고, 지미니도 나오고, 푸른 요정도 나오는 등등 여러 인물들이 나오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길고 늘어져 지루하다. 게다가 제페토는 말이 얼마나 많은지, 거의 나 혼자 산다 찍고 있던데 대사가 너무 많아 조금 번잡하고 산만하게까지 느껴지더라. 그건 톰 행크스가 아무리 노력해도, 제아무리 제페토와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해도 중화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전개와 전개 사이 이음새도 무척이나 헐거워졌는데, 특히나 마부의 첫 등장이 그러하다. <미녀와 야수> 리메이크의 개스톤에 이어 루크 에반스가 열심히 연기하고 있긴 한데, 등장 자체가 갑작스러울 뿐더러 부여된 뮤지컬 넘버 역시 휘뚜루 마뚜루 대충 넘어감. 게다가 무엇보다도, 원작이 갖고 있던 특유의 음울함이 전부 다 휘발 된 것 역시 안타까운 요소. 원작 특유의 그 칙칙하고 울적하면서도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그 그림체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역시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이건 감독에게 있어 너무도 뼈아픈 말일 것 같은데, 상술했듯 모든 것들을 구현해낸 기술력은 좋지만 어째 피노키오의 눈 만큼은 진짜로 영혼 없어뵌다. 그런데 로버트 저멕키스가 누구냐, <폴라 익스프레스>에 이어 <베오울프>와 <크리스마스 캐롤>로 한때 3D 애니메이션에 미쳐 있었던 사람 아니냐.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들었던 '영혼 없는 눈깔'이란 비평에 아마 스스로 엄청 가슴 아팠을 것 같은데, 어째 최신작에서도 비슷한 감상이 느껴지니 이거야 원... 

그야말로 영혼 없는 리메이크. 영혼 없다는 표현을 로버트 저멕키스에게 다시 돌려줄 수 밖에 없어서 더더욱 슬픈. 내가 <알라딘> 정도만 되었어도 뭐라고 안 해... 다른 것도 아니고 <피노키오>를 이런 식으로... 이럴 거면 디즈니 너네 실사화 프로젝트 이제 그만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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