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2 10:30

코다, 2021 대여점 (구작)


노래하는 게 좋은 시골 소녀의 도시 대학 진학을 붙잡는 것이 있다. 바로 가족. 그것도 소녀를 제외한 두 부모와 오빠 모두가 농인인 가족. 태어나 말을 떼고 수화를 뗀 이래로 자의 반 타의 반 가족들의 통역사가 되어줬던 그녀. 그녀는 과연 가족이라는 기쁨이자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을 것인가.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미국판 리메이크다. <미라클 벨리에>가 국내에서 극장 개봉 했을 당시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중에서도 선명하다 못해 또렷하게 생각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주인공 소녀가 시골길에서 홀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나지막히 노래를 불렀던 장면.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자체로 주인공 소녀가 얼마나 노래를 사랑하는지 일깨워주기 때문이었다. 누가 시켜서도,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서도 아닌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 그런데 그 행복을 가족들 앞에선 차마 드러낼 수 없었던 소녀가 시골길에서 나지막히 부르는 노래가 내게는 음악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제증명 시켜주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코다>에서 딱 하나 아쉬운 것이 바로 그 장면의 부재다. 물론 리메이크라고 해서 원작을 꼭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코다>는 <미라클 벨리에>의 그 장면을 그대로 리바이벌 하거나 또는 다른 방식으로 재창조하지도 않음으로써, 원작에 비해 주인공 소녀의 노래 사랑에 무게감을 더 실어주지 못한다. 물론 아예 집중했던 부분이 좀 달랐던 것 같긴 하다. 미국 버전은 원작에 비해 좀 더 가족중심적인 이야기로 더 간 것 같으니. 

그럼에도 <코다> 역시 원작과 더불어 마음 따뜻해지는 영화다. 아니, 어쩌면 프랑스판 원작에 비해 그 대중적인 친절함은 더 무르익었다고 해도 될 것. 이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트로이 코쳐의 표정 연기가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고 휘어잡는다. 여기에 주인공 소녀를 연기한 에밀리아 존스 역시 그 나이대의 순수한 귀여움과 애틋함으로 시종일관 시선을 묶어두고. 아, 그녀의 첫사랑 비스무리한 소년을 연기한 퍼디아 윌시 필로도 눈에 띈다. 아니, 진짜 말 그대로 자꾸 눈에 띄더라. 어디서 봤던 얼굴인데...하며. 근데 알고보니 <싱 스트리트>의 주인공이었음. 그거 벌써 6년 전 영화인데 왜 아직도 여기서 고등학생 연기를 하고 있냐. 도대체 몇 살인 거야?

그렇게 저렇게 무난하게 편안한 영화구나-라고 여겨질 무렵. 이 영화에서 딱 하나 부러운 순간이 휭~하고 불어나왔다. 결말부, 대학 진학을 결심한 소녀는 자동차를 타고 가다 이내 멈추고 밖으로 뛰어나와 가족들 품에 안긴다. 지극히 가족적인 결말의 이미지. 그런데 그 때. 그 주인공 소녀가 가족들에게 거의 뛰어들다시피 안기던 그 때. 내가 잘못 본 것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로 그 순간 프레임의 좌측 하단 즈음에서 조그마한 낙엽 비스무리한 게 바람에 실려 휭~하니 불어나온다. 나는 그것이 감독과 제작진에 의해 촬영 현장에서 철저한 계획 하 만들어진 요소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것은 그냥 순간적으로 어쩌다 영화에 실린 요소인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웬 절대자 또한 이 가족들을 함께 안아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람을 비롯한 공기의 순환으로 이들을 안아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헌데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조그마한 낙엽으로 시각화를 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비슷한 소리를 한 적이 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 해변 장면에서 온 가족들이 서로를 품에 안을 때, 그 뒤로 비춰지는 햇살 한 줌이 마치 영화의 신이 내린 은총처럼 느껴졌다고. <로마>의 그 경우까지는 아니지만, 왠지 <코다>의 그 바람 낙엽도 내게는 비슷하게 여겨졌다. 이안 감독의 말마따나 영화의 신이 존재한다면, 그 또는 그녀는 <코다>의 그 결말부 촬영 장소에 강림 했던 것 같았다. 별거 아닌 걸 보고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이 맞지만, 그래도 나는 괜시리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졌다. 

덧글

  • 잠본이 2022/10/12 14:53 # 답글

    >그거 벌써 6년 전 영화인데 왜 아직도 여기서 고등학생 연기를 하고 있냐. 도대체 몇 살인 거야?

    2016년부터 꾸준히 거미고딩 연기를 하고 있는 톰 홀랜드도 있는데요 뭘(...)

    코다 하니까 음악용어만 생각났는데 Child of deaf adult(농인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라는 뜻도 있었군요.
  • 올리브박사 2022/10/22 15:44 # 삭제 답글

    제목만 봐서는 보고싶은데? 하는 호기심이 전혀 안가지만, 씨네쿤님의 디테일한 감상 때문에 궁금해지네요.
    특히 결말부에서의 바람 낙엽 신이 함께한 그 장면 말이지요. 신 마저도 그 씬이 너무 좋아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한 몫 거들지 않았던 것일까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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